Page 492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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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심근과  전통              Search-For-Roots  and  Tradition



              둥  소리를  냈다.
                “형씨,  자전거를  탄  사람이  저쪽에서  오는  것을  보셨소?”  바오런원이  큰소리로  물었다.
                “없었소.”  황아장수가  대답했다.  다가와  지나치려는데,  연한  자주색으로  빡빡  깎은  머리,  거무튀튀한  얼굴,  넓은  어
              깨,  입술  위의  수염은  도리어  아직  뻣뻣하지  않고  부드럽게  달라붙어  있었다.
                “형님,  앞쪽  마을  이름을  뭐라  하오?”  그가  물었다.
                “작은  바오씨  마을이오.”  바오런원이  그에게  대답하고  천천히  몸을  돌려  돌아갔다.
                “아,  이곳이  작은  바오씨  마을이군.”  젊은이가  말했고,  바오런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작은  북이  둥둥,  둥
              둥  소리를  냈다.                                                                            중
                                                                                                     국
                “왜요,  작은  바오씨  마을을  아시오?”  바오런원이  그를  좀  쳐다보았다.
                                                                                                     현
                “왜  모르겠소?  작은  바오씨  마을은  유명한뎁쇼.  모두  이  마을  사람들이  좋고  인의하다는  것을  안다오.”  젊은이가         당
              말했다.                                                                                   대
                                                                                                     소
                “아.”  바오런원은  더는  묻지  않았다.
                                                                                                     설
                젊은이는  여기저기  두리번거렸고,  이미  몇몇  젊은  아낙네들이  황아장수의  북소리를  듣고  머리를  내밀었다.                  |

                “저기요,  잠깐만요,  골무  한  개  봐요.”  누군가  소리쳤다.
                머리를  돌려보니,  마흔  몇  살  되어  보이는  여인이  언덕  위에서  걸어  내려왔다.  황백색  피부를  지닌  여인의  머리털이      Chinese
              뒤통수에  되는대로  한  뭉치로  묶여있었고,  귓가에  머리카락  몇  올이  삐져나와  있었다.  몸에  걸친  홑저고리는  매우  낡아
              서  마치  앞뒤로  천을  걸친  것  같았고,  간들간들,  펄럭펄럭,  풍성한  몸이  아른아른하였다.  그녀가  황아장수의  짐  앞으로       Modern
              걸어가며  고개를  숙이고  상자  안에서  골무를  고르는데,  손목이  둥그스름하였다.  숙인  얼굴  아래  촘촘하고  긴  눈썹이  자
              랐고,  눈썹에  푹  덮인  눈이  있었다.                                                              and
                “일  마쳤어?  다원쯔(大文子).”  그녀가  바오런원에게  인사했다.
                “바늘  사세요?  둘째  작은어머니.”  그가  바오옌촨(鲍言川)의  안사람에게  인사했다.
                또  바느질  용품을  사려는  몇몇  아낙네들이  나왔다.  바오옌촨의  안사람은  골무  한  개를  마냥  골랐다.                  Contermporary
                “둘째  작은어머니,  더  골라도  금으로  만든  것,  은으로  만든  것을  고를  수  없을  거예요.”  바오옌산의  안사람이  그녀
              에게  말했다.
                “나는  바늘을  사도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야  해.”  그녀가  대답하며  끈질기게  골랐다.  “저기요,  어디서  왔어요?”  바
              오옌산의  안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Novels
                “산  너머  저쪽에서  왔습니다.”
                “집안에  부모님은  계셔요?”
                “아니요.”  젊은이가  웅얼웅얼  말했다.
                “형제자매는  있어요?”
                “없어요.”
                “아,  불운한  젊은이구랴.”  바오옌산의  안사람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넓은  코와  큰  눈을  보고,  덕성
              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가련해졌다.
                바오옌산의  안사람이  마침  반지를  껴보는  것처럼  골무를  껴보았다.  이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이름이  뭐요?”
                “스라이입니다.”  그가  말했다.  그는  이  여인의  고운  목소리를  발견했고,  낮고  두터워서  들으면  마치  따뜻한  강물이
         11
         장
              마음속에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심
         근      그녀가  드디어  다  골랐고,  2펀(分)의  돈을  황아장수의  손에  건네주었고,  따스하고  좀  축축했다.
         과      일군의  아낙네와  아가씨들이  그를  에워싸고  모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고,  그의  등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아주  거북할  정도로  쳐다보았다.
         전
         통      “애고!”  아주머니들이  동정하며  탄식했다.
                스라이는  이마에  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설령  괴팍하다고  말한다  해도  그러나  속으로는  더없이  따뜻했다.  펑징(冯
              井)을  떠난  뒤부터,  그는  처음으로  웃는  얼굴을  내보였다.
                그런  아낙네와  아가씨들의  손이  자신의  상자  안에서  강과  바다를  뒤엎듯이  뒤적거렸지만,  그는  조금도  화를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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