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1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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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귀뚜라미.”  그가  들어서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한테  보여주었다.
                “귀뚜라미구나.”  다섯째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야,  여자야?”
                다섯째  할아버지가  웃었다.  “요놈  도깨비야,  귀뚜라미를  무슨  남자,  여자라고  말을  하냐,  수놈,  암놈이라고  말해.”
                “수놈이야,  암놈이야?”
                다섯째  할아버지  자신도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가  감탄했다.  “말하자면  남자와  여자라고  말해도  옳지  않은
              건  아니지,  생명이기도  하지.”
                “그것을  놓아줘!”  라오자가  느닷없이  머리를  들고  말했다.
                “놓아주라면  놓아  주자!”  다섯째  할아버지가  말했다.                                                   Wordpress
                노인  한  사람과  아이  한  사람이  그  귀뚜라미가  팔짝팔짝  뛰면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라오자는  바오런위안(鲍仁远)네  둘째  아들에게  ‘장수  겨루기(斗老将)’를  하자고  말했다.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는  라           LMS
              오자를  데리고  백양나무  이파리를  훑어냈다.  커다란  신발과  작은  신발  한가득  수북이  이파리를  훑어냈다.  바오  다섯째
                                                                                                     교
              할아버지는  신발  한  짝을  채웠고,  라오자는  신발  한  짝을  채웠고,  한  번에  이틀  내내  채웠고,  채워서  나온  백양나무  잎   육

              과  가지는  윤이  나게  검었고  삼  줄기보다  훨씬  질겼다.  바오런위안네  둘째  아들이  이파리를  훑어낸  가지는  부드러웠고,        플
              라오자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한  개를  다투고  한  개를  끊어버리고,  한  개를  다투고,  한  개를  끊어버렸다.  조급해졌     랫
                                                                                                     폼
              고,  조급해질수록  더욱  끊어졌다.  라오자는  자신의  것을  둘째  아들에게  바꾸어주었다.  그런  다음에  둘째  아들은  본전이
                                                                                                       |
              되었고,  한  개를  다투고,  한  개를  이겼고,  한  개를  다투고,  한  개를  이겼다.  라오자는  형편없이  졌지만,  그러나  그는  서
              두르지  않고  여전히  싱글벙글하였다.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는  옆에서  이것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고,  둘째  아들이  떠나          Wordpress
              자마자  라오자에게  물었다.
                “라오자야,  너  왜  네  ‘장수(老将)’를  둘째  아들한테  전부  바꾸어주었니?”
                “내가  보니까  그가  울려고  했어.”  라오자가  말했다.                                                  LMS
                “너는  져도  속상하지  않아?”
                “속상해.”                                                                               Education
                “그런데도  너는  바꾸어주었어?”
                “내가  보니까  그가  울려고  했어.”  라오자가  또  말했다.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는  묻지  않고  라오자를  바라보며  그의  듬성듬성  난  누런  머리털  위를  톡  치면서  한숨을  내쉬        Platform
              었다.  잠시  뒤에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너도  그에게  양보해야지,  말하자면,  너는  그  애의  아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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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고모는  황아장수의  북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둥둥,  둥둥,  둥둥,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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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오런원은  매일  일을  마칠  때마다  좡둥다로(庄东大路,  ‘마을  동쪽  큰길’이라는  뜻)로  좀  가서  우편배달부가  왔는지
              보고  싶었다.  그끄저께  한꺼번에  편지  두  통을  받았다.  한  통은  바오옌하이(鲍彦海)  네  큰아들이  진화(金华)  부대에서
              부친  것이고,  한  통은  바오  둘째  할아버지네  것이고,  관외에서  부친  것이고,  바오  둘째  할아버지  안사람은  당시에  그가
              타향에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갈  때  관외에서  데려온  사람이다.  어제  또  한  차례  우편배달부를  만났지만,  편지는  없었
              고,  그  우편배달부는  이곳을  거쳐가는  중이었고,  큰  류씨  마을(大刘庄)로  가는  사람이었다.
                오늘  그는  다시  큰길로  가다가  멀리서  나는  무슨  소리를  들었다.  둥둥,  둥둥,  마치  황아장수의  북처럼,  점차  비로소
              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고,  괴나리봇짐을  짊어진  지나가는  나그네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등  뒤쪽은  해였다.  붉은  것이  큰길  끄트머리에서  멈추어  섰고,  그가  큰길을  걸어가자  황아장수의  작은  북이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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