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8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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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심근과  전통              Search-For-Roots  and  Tradition



                “무슨  ‘앉은’[坐]  가요  ‘선’[站]  가요,  몰라요!”  그녀가  대답했다.
                “외부에서  온  분이요,  문장을  쓰고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성함이  뭐라고요?”
                “모르겠습니다.”
                “남자요,  여자요?”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털실을  짜면서  더는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간절하게  ‘아주머니’를  불렀지만  대꾸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초대소  입구에  서서         중
                                                                                                     국
              잠시  생각하고  몸을  돌려  현  위원회로  걸어갔다.  그의  중학교  동창이  현  위원회  선전부에서  타자를  쳤다.
                                                                                                     현
                아주  순조롭게  그  친구를  찾았고,  그녀도  아직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작가에  관해  물어보았을  때,        당
              그녀는  한참  동안  망연해하다가  겨우  왕(王)  과장에게  그를  데리고  가서  알아볼  생각을  했다.  왕  과장은  눈살을  찌푸       대
                                                                                                     소
              리며  손을  들었고,  손목을  좀  흔들어  소매를  흘러내리게  하는데,  반짝거리는  탱크  체인  모양의  시곗줄이  드러났고,  그
                                                                                                     설
              런  다음에  비로소  반짝반짝  빛나는  가리마를  어루만졌다.                                                   |

                “그  일을  듣긴  했는데,  잘  모르오,  잘  모르지만  듣긴  했소.”
                “장(张)  과장에게  가서  물어보시오!”  그  친구가  살짝  애교를  떨며  그의  소매통을  잡아당겼다.                      Chinese
                원래  이  왕  과장은  간사(干事)일  뿐이고,  ‘과장’은  부르는  호칭에  불과했다.  장  과장을  찾아갔을  때,  진상이  비로소
              밝혀졌다.  이런  일이  있긴  있었고,  어떤  작가가  오고  싶어  하긴  했다.  그러나  나중에  오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이곳의    Modern
              치수에  관한  일이  그렇게  전형이  아니었고,  뱅글뱅글  돌아  이곳으로  올  필요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오지  않게
              되었다.                                                                                   and
                바오런원은  속으로  기쁜지  슬픈지  모른  채  쓸쓸히  길거리를  걸었다.  도리어  돌덩이  하나를  내려놓은  것처럼  가볍다
              고  느꼈고,  또  텅  비었다고  느꼈다.  그는  천천히  걸으며  배가  고프다고  생각했다.  주머니  속에  대파부침  한  장이  있었
              고,  그는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그것을  먹기로  했다.  우체국을  지나다가  그는  게시판  앞에  서서  잠시  신문을  보았다.  그      Contermporary
              는  어떤  신문  아래쪽에  있는  성(省)  문예  간행물의  목록  하나에  주의했다.  왜  그곳에  원고를  투고해보라고  하지  않았
              지?  그는  별안간  생각했다.  저도  모르게  흥분하여  피가  위로  솟구쳐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간행물의  주소를  외웠다.  그런  다음에  우체국으로  들어가서  구석에  앉아  자신의  작품을  펼쳤다.
                그는  ‘작품’을  책상  가장자리  아래쪽에  놓고  읽었고,  그를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우체국  안에  사람이  없고,  그저      Novels
              노인네  한  분이  소포  보따리  하나를  꿰매고  있었다.  그  노인네는  선생  같이  행동거지가  단정한  모습이었고,  테가  누렇
              게  바랜  안경을  쓰고  굼뜨게  큰  바늘을  들고  한  땀  한  땀  보따리를  꿰매고  있었다.  소포는  칭하이(靑海)로  보내는  것
              이었다――바오런원은  몰래  힐끔  보았다.
                바오런원은  소설  한  편을  골랐고,  또  산문  한  편을  골랐고,  소설  한  편을  다시  고르고  싶어서  함께  합쳤다.
                창구  안의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뭐에요?”
                “원고요.”  그는  좀  머뭇거렸고,  얼굴이  붉어졌다.
                “뭐요?”  그  사람은  잘  몰랐다.
                “원고요.”  그가  말하면서  얼굴이  다시  하얘졌다.  꼴불견인  사람이  된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  사람이  원고를  저울  위로  내던졌고,  무게를  잰  다음에  다시  들어서  커다란  광주리  안으로  내던졌다.  바오런원은
              눈으로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마치  자신의  손으로  기른  아이를  멀리  각지로  내보내는  것  같았다.
         장
         11
                우체국에서  나오자  그의  마음이  다시  편안해졌다.  해가  지면서  누르스름하게  길가의  흙  담장을  비추고  있었다.  어떤
         심
         근    사람이  음식점으로  들어갔고  가위,  바위,  보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돼지가  꿀꿀거렸다.  라디오에서  경쾌한  가락을  방
         과    송하고  있었다.
                그는  그  원고의  노정을  헤아렸다.  언젠가는  省城에  도착할  것이다.  그는  이때부터  기다렸다.  그는  이때부터  기다릴
         전
         통    이유가  있었고,  바랄  것이  생겼다.
                그는  행복하다고  느끼며  저도  모르게  방송을  따라  노래를  흥얼거렸지만,  곡조가  맞지  않게  되는  대로  흥얼거렸으므
              로  급히  입을  다물었다.
                저녁노을이  그의  몸  뒤의  하늘에서  변화하고  있었다.  그는  저녁노을을  볼  수  없었고,  그  아름다운  빛을  느낄  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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