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0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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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심근과  전통              Search-For-Roots  and  Tradition



                “기억해,……뱀  한  마리가  있었어.”  샤오추이는  하리망당해서  말했다.  황혼이  갈수록  짙어졌고,  그녀의  눈이  황혼  속
              에서  별  두  개처럼  반짝거렸다.
                “집에  가자.”  원화는  좀  무서웠다.
                “다  뜯어야  가지.”  샤오추이쯔는  눈을  내리깔고  아기메꽃  한  포기를  캤다.
                원화는  고개를  숙이고  엉겅퀴  한  포기를  캤다.  “집에  가자!”
                “너는  다  뜯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다  뜯지  않으면  안  돼.”  샤오추이가  벌컥  화를  냈다.
                “너는,  우리  엄마가  그렇게  편애한단  말이야?”  원화는  좀  난처했다.
                “니네  엄마는  편애해,  하늘  아래  너네  엄마보다  더  편애하는  엄마는  없어.”                                 중
                                                                                                     국
                “너  뭘  함부로  말해!”  원화도  좀  화가  났다.
                                                                                                     현
                “뭘  함부로  말해?  너네  엄마가  왜  너한테는  공부시키고  너네  형한테는  공부  안  시키는데?”  샤오추이가  고개를  돌        당
              렸고,  검은  두  눈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대
                                                                                                     소
                원화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고,  한참  만에  겨우  더듬더듬  말했다.  “형은  성실한  사람이야.”
                                                                                                     설
                “그가  성실하면  뭐  할  건데.”  샤오추이가  나물  바구니를  들며  토란  두  줄을  건너가  다시  쭈그리고  앉았다.           |

                “성실한  사람은  믿을  수  있어.”  원화가  다시  더듬더듬  한마디  했다.
                샤오추이는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손발을  민첩하게  움직이며  나물을  캤다.  그녀는  눈썰미가  있어서  어디에  나물이           Chinese
              있든지  그녀의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의  손은  빨라서  눈이  닿으면  손도  닿았다.  잠시  뒤에  샤오추이가  말했다.
                “원화야,  앞으로  너희들이  배운  것을  나한테  좀  말해  줘.”                                            Modern
                “그럼.”  원화가  말하고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꼭  그럴게.”
                샤오추이가  말했다.  “나는  너한테  푸대접  안  해,  내가  노래를  불러줄게.”                                   and
                “‘12월’을  불러.”  원화쯔가  즉시  말했다.  그는  그런  건달들의  입에서  ‘12월’을  들었고,  ‘12월’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는  까닭에,  퍽이나  알고  싶었다.
                샤오추이쯔는  잠시  멈추었다가  한  소절을  불렀다.                                                      Contermporary
                “정월이  오면  본디  새해에요.”
                그녀의  음정은  높았고,  목소리는  가늘고  날카롭고  떨렸다.  원화는  풀이  좀  떤다고  느꼈다.  사방은  온통  고요했다.
                “즐거운  웃음소리의  그곳은  모든  것들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네요.  미소년을  걱정하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  그리움을  누구에게  말하나……”  그녀가  애절하게  노래를  불렀지만,  결코  한  글자  한  구절의  뜻을  알지  못하고,       Novels
              어른들이  노래하는  것을  듣고  그녀도  불렀고,  노련하게  부르면서,  자기  심사에  대해  처량함을  느꼈다.
                그녀는  처량하게  불렀고,  원화쯔는  처량하게  들었다.


                15

                라오자는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한테  부침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이  퉁명스러운  노인네야말로  이상하게도  누
              가  자기한테  음식을  보내면,  그는  모두  거절했다.  혼자  밥을  먹는  것  같았고,  그는  진짜로  자손이  없었다.  그러나  라오
              자가  가져오면  그는  난감해졌다.  그  작은  얼굴을  보면서  받지  않으면  어쩐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라오자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자랐고,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  혼자  한없이  외로운  것을  보고  할아버지와
              더불어  이것저것  물어보며  갑갑증을  풀어주는  것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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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밥  먹었어?”  그가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한테  물었다.
         심
         근      “먹었다,  너는?”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가  그에게  되물었다.
         과      “먹었어.”
                “뭘  먹었니?”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가  그에게  물었다.
         전
         통      “국수  먹었어.”
                “맛없어.”
                “할아버지는  뭘  먹었어?”  그가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한테  물었다.
                “부침,  죽,  삭힌  콩.”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는  한  글자  한  구절로  대답했고,  전혀  소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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