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9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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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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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모의 귓가에는 늘 황아장수의 작은 북이 울리고 있었다.
둥둥, 둥둥, 둥둥,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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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평선 너머로 떨어지면 들나물을 뜯던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샤오추이와 원화는 늦게 와서 나물
바구니를 가득 채우지 못했다. LMS
“원화쯔, 날마다 학교에서 아침나절에, 낮에 뭐가 바빠?” 샤오추이가 물었다.
교
“공부해. 국어, 산술, 지리, 역사, 자연……배우면 돼.” 원화가 그녀에게 가르쳐주었다. 육
“뭘 배워? 내가 보기엔 너는 아무것도 몰라, 물통을 우물에 빠뜨리고도 꺼내지 못하지, 산나물 캐는 것도 느리지!” 플
샤오추이는 원화를 비웃었다. 밭에 있기만 하면 원화쯔한테 그녀는 비로소 투정을 부렸다. 랫
폼
“흥, 내가 아는 것을 네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원화쯔는 불복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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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샤오추이 앞에만 있으면 좀 허풍을 떨 수 있었다.
“어디 좀 보게 말해 봐!” 샤오추이가 눈을 흘기며 그를 바라보았다. Wordpress
“사람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 원화가 물었다.
샤오추이가 피식 웃었다. “엄마 뱃속에서 나오는 거야! 나는 네가 무엇을 안다고 생각해. 학교에서 그걸 배웠어?
가살스럽게.” LMS
원화는 미소 지으며 그녀와 입씨름을 하지 않고, 계속 심오하게 물었다. “엄마는 어디서 나온 거야? 너는 엄마가
외할머니의 뱃속에서 나온 거라고 말할 거지. 외할머니는 어디서 나온 거야? 외할머니의 외할머니는 어디서 나온 거 Education
야?”
샤오추이는 과연 말문이 막혀서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한테 가르쳐줄게, 사람은 원숭이가 변한 거야.” 원화는 목소리를 낮추고 아주 비밀스럽게 말했다. Platform
샤오추이는 가만히 놀란 소리를 냈다.
“원숭이랑 사람이 같아? 닮았지!”
“그럼, 원숭이는 또 뭐가 변한 건데?” 샤오추이가 멍청하게 물었다.
“원숭이는 물고기가 변한 거야.” 원화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은 단정적으로 말했다.
“왜 물고기가 변한 거야?” 샤오추이는 아주 곤혹스러워졌고, 물고기와 사람은 조금도 닮지 않았다.
“너 알지, 이 지구상에는.”
“지구? 무슨 구[球]?”
원화는 어리벙벙했고, 샤오추이와 대화를 진행하기가 아주 곤란하다고 느꼈고, 그로부터 계몽 교육을 해야 하는 필
요성을 깨달았다. “바로 우리가 사는 이 땅이야.” 원화는 발로 땅을 좀 굴렀고, 다시 팔을 뻗어 동그라미를 그렸다.
샤오추이는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보았고, 대지는 어둑어둑한 황혼 속에 뒤덮여 있었다.
“이 땅에, 아주 옛날, 아주 옛날, 아주 옛날, 아주 옛날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오직 물이 있고, 물만 있었어.”
“그래!” 샤오추이는 눈을 들어 점차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얼이 빠졌다.
“오직 물, 물만 있었어.”
“그럼 물난리 날 때와 같게.” 샤오추이가 가만히 말했다.
“너네 그곳도 물난리가 났어?” 원화가 물었다.
“거의 해마다 물난리야. 내가 어렸을 때, 막 첫돌이 되던 그해에, 지독한 물난리였대. 우리 엄마가 말하는 걸 들었
는데, 하늘도 없고 땅도 없어지고 물만 있었대.”
“기억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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