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7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P. 487
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바오런원은 그 작가를 보러 가고 싶었다. 며칠 전에 그가 요새 쓴 글을 끄집어내어 몇 차례 보고 몇 차례 수정했
다. 최근에 다시 새로이 한번 교정하였고, 가지런하게 함께 포개어 어머니가 붙여놓은 신발 테두리에 매끄러운 화보 종
이를 붙여 그럴듯한 표지를 만들었다. 표지 위에 붓으로 입체적인 미술적인 글자 두 개――‘작품’을 썼다. 그걸 한밤중
까지 만들었다. 그는 잠시 졸았을 뿐인데 날이 밝았다. 그는 일어나서 세수하고 양치질을 하고 또 어머니의 낡은 빗으
로 맑은 물을 묻혀 머리를 잘 빗고 그의 푸른빛이 도는 카키색 학생복을 입고 ‘작품’을 옆구리에 끼고 출발했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반 리 밭에서 쫓아내며 그에게 계란 반 바구니를 가져가서 팔아오게 했다. 그는 못 들은 척하
고 큰 걸음으로 별똥별처럼 마을을 빠져나왔다.
해가 참으로 좋았고 바람조차도 따스했다. 보름 여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길거리 위의 마른 흙이 반 발 정도는 깊
었다. 짐수레가 지나가고 손수레가 지나가고 자전거가 지나가고 사람이 지나가면, 흙먼지가 풀풀 일어나서 한참 동안 Wordpress
날리며 해를 누렇게 가렸다.
그는 건조하고 덥다고 느꼈고, 다팡(大方)네 우물가로 다가가 물을 긷는 노인에게 물 반 바가지를 얻어 마시고 다 LMS
시 계속 길을 갔다.
교
길은 앞으로 굽이쳤고 끝을 볼 수 없었고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웠다. 멀리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보였다. 걸어가고 육
걸어가니 점점 커졌고, 커졌고, 커진 다음에 사람의 형체가 나타나 남녀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고 눈썹과 눈을 알아보 플
았다. 앞에 다가가서 지나쳤고, 앞쪽에는 전혀 낯선 길 한 가닥이 있을 뿐이고, 굽어서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이어졌 랫
폼
다. 해가 머리꼭지에 이르자 제 그림자를 밟으며 걸어갔다.
|
그는 피곤했고 잠든 것 같았다. ‘작품’의 표지가 매끄러워 툭하면 아래로 미끄러졌고, 그는 그것을 잘 붙잡고 앞으
로 걸어갔다. Wordpress
이것은 그의 보배요, 그의 살붙이요, 그가 소유한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의 소유이다. 그는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밤을 새우고 얼마나 많은 등잔 기름을 써버렸던가. 그는 매우 지쳤고 아주 피곤했고 아주 괴로웠다. 한 글자도 쓸 수
없을 때도 멈추지 않고 쓸 수밖에 없었고, 곧장 써 내려갔다. 지금, 그는 곤혹스러웠다. “이런 고생을 도대체 왜 하는 LMS
거야? 뭘 위해서인데? 무슨 결과가 있을까?” 그리하여 그는 대번에 풀이 죽었고 마음속에 허무한 기분이 가득 찼었
다. 이런 심정이 가장 강렬하게 부딪쳤을 때, 그는 느닷없이 아흐레 밤 동안 썼지만 채 완성하지 못한 소설 한 편을 Education
찢어버렸다. 그렇지만 그 광분이 지나간 뒤에 온 바닥의 종잇조각을 바라보며 쓸쓸히 울었다. 그때, 그는 특별히 무엇
이든, 자신의 이 갈기갈기 찢어진 외로운 마음을 위로해주는 그런 것, 좀 따뜻하고, 그런 것에 좀 기대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너무 괴롭게, 너무 괴롭다고 생각했다. 그는 움츠러들어 스스로 자신에게 기댔고, 천천히 가라앉으면 다시 새로 Platform
이 종이를 펼치고 펜을 들었다. 이것 말고, 그는 또 무엇이 자신에게 위로와 기댈 것을 주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이렇
게 썼고, 그는 비로소 무엇인가를 희망하고 무엇인가를 망상할 수 있었다.
길, 끝없이 하염없이 이어졌고, 이것은 외로운 길이다. 그는 또 목이 말랐지만 다시는 우물을 만날 수 없었다.
해가 정오를 지나자, 그는 류씨 마을(刘庄) 땅에 들어갔다. 바로 그 앞이 현 소재지였다. 누군가 빈 짐을 메고 지나
쳤는데 현 소재지에서 나온 사람이었다.
시내는 아주 조용했다. 거리 한복판의 음식점 안에 온 바닥에 널린 닭 뼈와 생선 가시를 약간 더러운 앞치마를 두
른 아낙네들이 마침 바깥쪽으로 쓸어내며 두 마리 개를 불렀다. 이발소 안에 이발사 혼자 이발 의자에 기대서 코를 골
고 있었다. 돼지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백화점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우체국을 지나쳐서 초대소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속으로 느닷없이 좀 긴장되었다. 그는 ‘작품’ 속의 가장 자
신을 만족시키고 감격하는 단락과 구절을 돌이켜보려고 애썼다. 자신에게 좀 믿음과 용기를 더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해도 생각나지 않았고, 그런 온갖 지혜를 쥐어 짜내서 쓴 구절이 전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자신의 과
거 반평생의 가치와 지금 반평생의 가치가 금방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좀 다리가 풀렸고 거의 몸을 돌
려서 떠나고 싶었다.
접수처의 노인은 졸고 있었고 침이 옷섶 위로 흘렀다. 어떤 여자가 고개를 숙이고 털실을 짜고 있었다. 그에게 주의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주머니.”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역시 불렀다.
‘아주머니’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그다지 급하지 않은 투로 얼굴을 들었다.
“아주머니, 이곳에 묵는 손님 가운데 작가가 있습니까?”
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