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2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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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심근과  전통              Search-For-Roots  and  Tradition



                그  동창도  바오런원을  대신하여  표  한  장을  샀다.  바오런원은  진작부터  이런  날을  기다렸다.  그만한  어른이  될  때까
              지  그렇게  많은  소설을  읽었고  그렇게  문학을  뜨겁게  사랑했지만,  그러나  그는  작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참으
              로  세상은  너무  불공평해.
                그는  진작부터  이날을  기다렸다.  이  행복한  날,  이전의  그런  불행한  날을  하루하루  어찌어찌  힘들게  보냈다.  그  친
              구가  인편에  소식을  전했다.  강좌와  상견례가  취소되었다.  작가들은  바오산으로  오지  않게  되었다.  어떤  작가가  시솽반
              나(西双版纳)에  가서  토론회를  해야  하고,  어떤  작가는  지우자이거우(九寨沟)에  가서  토론회를  해야  하고,  또  어떤  작
              가는  티베트를  참관  방문해야  하고,  남은  두세  작가가  설령  다른  곳의  토론회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흥이  가셔서
              결국  실현되지  못했고,  진작  뿔뿔이  각지로  흩어져  토론회를  하러  갔기  때문이다.  최근엔  토론회도  아주  많아졌다.  그        중
                                                                                                     국
              시솽반나,  지우자이거우,  티베트에  비교하면  이  바오산은  그렇게  야생적이지  못  했다.
                                                                                                     현
                그리하며  그는  다시  계속  각지의  간행물에  원고를  부칠  뿐이었고,  계속  기다렸고,  계속  아무것도  기대를  실현할  수        당
              없게  되었다.                                                                               대
                                                                                                     소
                날마다  그는  자기  집의  그  3무  4펀  땅에서  일하면서도  머릿속은  냄비가  끓는  것  같았고,  갖가지  일이  마음에  솟구
                                                                                                     설
              쳤고,  갖가지  재미가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나이가  그렇게  많지만,  저서는  그렇게  막막하고,  직업  없고  집도  없고  이      |

              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한없이  두렵긴  했다.  그  하루  또  하루의  단조롭고  평범한  일상의  뒷면
              은  도대체  무엇이  감추어진  것이지?  앞쪽의  희망은  도대체  언제나  도달할  수  있지?  그는  하루빨리  5년,  8년이  후딱       Chinese
              지나가  버렸으면  했다.  그  앞날이  어떻게  화려하고  아름다운지,  아니면  어떻게  어둡고  흐린지를  봐야  희망을  버리든지
              말든지  할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그는  그  쨍쨍  내리쪼이는  해를  바라보며  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다.  도대체  저       Modern
              게[해]  가는  것이  빨리  가려는  거야,  천천히  가려는  거야?
                그의  땅과  바짝  붙은  땅은  바오옌촨  안사람네  것이다.  그녀는  날마다  열한  살짜리  큰아들을  데리고  밭에  나와  쉬지       and
              않고  일했다.  날이  아직  밝기  전에  나와서  날이  어두워져도  돌아가지  않았다.  밥도  먹으러  가지  않고,  그녀의  여덟  살
              먹은  딸이  바구니에  담아  가져왔고,  밭에서  부침을  구겨서  먹고,  찬물  몇  바가지를  마셨다.  그런  다음에  계속  일했다.
                “둘째  작은어머니,  혼자  하세요?”  그는  날마다  그녀에게  인사했다.                                         Contermporary
                “그럼.”  그녀는  대답했다.  그녀가  할  수  없다고  말해도  누가  와서  도와주는  것도  보지  못했다.  이  땅이  손에  들어오
              자마자  사람들은  미친  것처럼  땅에  누워  잠자고  싶을  정도였고,  남의  일에  신경  쓸  겨을이  없이  자기  밭을  경작했다.
              이때는  진짜  누구도  누구를  돌볼  틈이  없었다.
                그렇지만  사나흘  건너  한  번씩,  바오런원은  어떤  건장한  외지에서  온  젊은이가  둘째  작은어머니의  밭에서  일하는           Novels
              것을  보았다.  머슴  같지는  않고  둘째  작은어머니가  그를  친정  형제처럼  대하고,  그도  둘째  작은어머니를  남처럼  대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는  아주  부지런히  성실하게  일했다.  다시  말하면,  요즘  어디서  일꾼을  불러오겠어.  일꾼이  있다손
              치더라도,  둘째  작은어머니는  돈이  없어  일꾼을  불러올  수도  없었다.
                그  젊은이는  많아야  스물  몇  살  정도였고,  어련무던했다.  올  때는  언제나  낮  12시  이후에  와서  날이  어두워질  때까
              지  일했다.  한번은  그가  허리를  펴고  좌우를  쳐다보았고,  마침  바오런원을  쳐다보았다.  치아를  드러내며  좀  웃었는데,
              하얀  치아가  눈부셨다.  바오런원은  바로  그날  황아  보따리를  짊어진  젊은이였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젊은이와  둘째  작은어머니는  전혀  남  같지  않았다.  한번은  그가  둘째  작은어머니의  눈까풀을  까뒤집는  것을  보았는
              데,  둘째  작은어머니의  눈에  모래알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한번은  둘째  작은어머니가  그의  손에  박힌  가시를  빼주는
              것을  보았다.  둘째  작은어머니가  담배를  피우면  젊은이가  그녀에게  불을  붙여주었다.  젊은이가  담배를  피우면  둘째  작
              은어머니가  불을  붙여주었다.  그는  그녀를  ‘둘째  작은어머니’라고  불렀고,  그녀는  그를  ‘저기요’라고  불렀고,  아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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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그를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들은  무슨  관계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저  좀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었다.
         심
         근      날이  그렇게  무난하게  그럭저럭  흘러갔고,  그들  두  사람을  보면서  도리어  갑갑증을  좀  풀었다.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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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통
                이날,  그  젊은이가  마침  둘째  작은어머니의  밭에  김을  매고  있었는데,  후다닥  사람들  한  무리가  달려왔다.  앞장선
              사람은  바로  바오옌산이었다.  그는  멜대를  들어  휘두르며  집안사람들이  그  젊은이를  땅바닥에  엎어뜨렸다.  이어서  사람
              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연신  발로  찼고,  그  젊은이가  머리를  감싸고  땅바닥에  마구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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