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7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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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스라이는 더듬더듬 모두에게 말했다. “제가 부드러운 것을 만졌어요. 더 더듬으니 작은 손 한 짝이 만져졌어요. 저
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고, 잡아당겼지만 꼼짝도 안 했어요, 두 손이 나무를 잡아서, 꼭 잡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감탄했다. “라오자가 자기 먼저 나무 위에 올라갔으면 죽지 않았을 텐데.”
“라오자가 자기 먼저 피했으면, 살았을 텐데.”
“아닌 게 아니라? 아이들이 발이 빨라, 우리 둘째도 우리보다 앞질러 달려!”
“라오자는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 때문에 죽었어!”
“이 아이는……”
멍량구(孟良崮)에서 전투를 치른 적이 있는 바오옌룽(鮑彦榮)이 부들부들 떨면서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아이가
기개가 있어!” Wordpress
“내 아들아――” 바오옌산 안사람이 그제야 울음소리를 냈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눈물을 떨어뜨렸다.
라오자는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고, 산 위에서 잠을 자고, 산 아래는 온통 물바다였다. 바오빙더는 땅바닥에 쭈그리 LMS
고 앉아 온통 새하얀 물을 마주하고 꺽꺽 울고 있었다.
교
날이 점점 어두워졌고, 어른, 아이 모두 말없이 현에서 배에 실어 보내온 과자, 부침, 빵 무더기를 지켰고, 아이들조 육
차도 부스러기 한 조각도 집지 않았다. 플
날이 컴컴해졌지만, 물은 도리어 밝아졌다. 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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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홍수는 그악했고, 1백 년 동안 본 적이 없는 큰물이었다. 그러나 현 전체에서 가장 저지대인 작은 바오씨 Wordpress
마을에서 오직 미치광이 한 사람, 노인 한 사람과 아이 하나만 죽었다. 이 아이는 본래 죽지 않을 것이었는데, 그 노인
을 구하려다 그리된 것이다. LMS
물이 빠져나가자 장례를 지내야 했다. 사람들이 의논했는데, 아이를 장례 치르는 것처럼 그렇게 라오자를 장례 치를
수는 없었다. 라오자가 비록 어리긴 해도 행동이 크게 인의했고, 어쨌든 간에 관 하나를 짜서 그를 보내야 했다. 보통 Education
죽은 아이들처럼 그렇게 절대 돗자리로 둘둘 말 수는 없었다.
남자들이 판자를 사러 갔고, 여자들은 천을 끊으러 거리로 갔다. 푸른 카키 학생복을 한 벌 지었고, 물고기의 하얀
색 카키로 속저고리를 재봉질했다. 또 하얀 운동화 한 켤레를 샀다. 라오자는 태어나 제대로 된 저고리를 입어보지 못 Platform
했고, 모두 그의 형들에게 물려받은 낡고 헤진 것들을 입었었다. 그 애를 잘 장사 지내야 마음이 편안하다.
온 마을 사람이 모두 그 애를 보내러 갔고, 다른 마을에서도 그 애를 장사 지내러 달려왔다. 모두 작은 바오씨 마
을에 어린아이가 외로운 노인을 위해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두 작은 바오씨 마을에 인의한 아이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다. 장사를 지내는 행렬은 2백여 명은 족히 되었을 것이고, 2백여 명의 어른들이 아이 하나를 보내려고 나섰
다. 작은 바오씨 마을은 인을 중시하고 의를 중시하는 고장으로서 조상 대대로 부를 존경하지 않고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인의를 존경하고 중시했다. 바오좡의 어른들이 아이 하나를 장사 지내러 나섰다.
작은 바오씨 마을에는 아이들만 남았을 뿐이고, 아이는 관을 따라가서는 안 되니 어른들이 모두 장사를 지내러 갔
다.
여자들은 서로 잡아당기면서 엉엉 울었고, 바람이 울음소리를 아주 멀리 실어갔다. 남자들은 얼굴을 숙였고, 촌장이
인솔하였다. 전부 옌(彦) 자 항렬의 사람들이 관을 들었고, 런(仁) 자 항렬의 아이를 들었다.
물이 금방 빠진 땅은 침묵하고 찍 소리도 내지 않고 장사를 지내는 사람들의 발을 핥았고, 장사를 지내는 행렬은
길고 긴 발자국을 삐뚤빼뚤 남겼다.
장사를 지내는 행렬은 곧장 큰 개울가까지 걸어갔다. 웅덩이를 다 파고 관을 넣었고, 촌장이 먼저 흙을 두 손으로
떠서 한 움큼 덮었다. 아흔 살 노인도 와서 흙을 덮었다. “착한 아이야!” 그는 울었다. “자식 없는 노인 때문에 죽다
니, 죽을 가치가 없었어!” 그는 발을 구르며 울었다.
바람이 큰 개울가의 작은 나무숲에서 불어왔고, 나무숲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개울의 물은 맑고 깨끗했고, 그
장사를 지내는 행렬을 물 위에 비추었고 가만가만 흔들었다. 흙은 덮을수록 높아졌고, 덮을수록 높아져서 새로운 무덤
이 되었다. 무덤이 맑고 깨끗한 물 위에서 가만가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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