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6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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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심근과 전통 Search-For-Roots and Tradition
이었다.
큰고모가 나지막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았고, 스라이는 황급히 눈을 감았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큰고모는
이미 몸을 돌렸고 얼굴이 안쪽으로 향했다. 달빛이 그녀의 몸 위의 파인 곳에서 다시 도드라진 곳으로 옮겨갔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큰고모가 스라이에게 말했다.
“스라이야, 너 설 쇠면 열여덟이 되는구나!”
“어엉!” 스라이는 생뚱맞게 대답했다. 날이 밝자 그의 밤 동안의 그런 부드러움은 전부 썰물처럼 물러갔고, 어디로
물러갔는지 모르고 찾으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다.
“색시를 얻어야 한다고 말해도 되겠다.” 그녀가 잠시 뜸을 들였다. 중
국
스라이는 말하지 않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현
“둘째 할머니의 친정 가오씨 마을(高庄)에 색시가 하나 있긴 한데, 너보다 한 살이 많아. 다 좋은데, 어렸을 때 수 당
두를 앓아서 얼굴에 흉터가 있대.” 그녀가 다시 잠시 멈추었다. 대
소
스라이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가슴이 쿵쾅거렸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설
“그녀가 우리 집이 가난한 것을 싫어하지 않고 너에게 오고 싶어 해. 네가 좋으면 내일 가오씨 마을에 한번 가보 |
렴. 내가 펑다(冯大)네 둘째 아들한테 시내 가서 과일 두 근을 가져오게 할게.” 그녀는 말을 멈추고 다시 잇지 않았다.
그녀는 스라이의 소처럼 헐떡거리는 숨소리를 들었다. Chinese
‘와장창’ 소리를 들었고, 그릇이 박살 났다. 스라이가 벌떡 일어나 달려가며 도마를 건드려 쓰러뜨렸고 걸상을 건드
려 쓰러뜨렸고 짠지 접시가 떨어졌고 삭힌 콩이 온 바닥에 엎질러졌다. Modern
큰고모는 멍하니 온 바닥에 너부러진 그릇 조각을 바라보았다. 닭 한 마리가 들어와 삭힌 콩을 쪼았다. 좀 쪼다가
다시 뱉어버렸다. 좀 쪼아보다가 다시 뱉어버렸다. and
스라이는 온종일 나가서 세 별(三星)이 모두 서쪽으로 기운 한밤중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큰고모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잠을 자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
그는 문안에 들어서자마자 이불을 잡아당겨 머리를 푹 뒤집어쓰고 잠이 들었다. Contermporary
“스라이야.” 큰고모가 그를 불렀다.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스라이야”, 큰고모의 얼굴이 창문 구멍을 마주보며 한 글자 한 구절 말했다. “너한테 짐 보따리를 줄게, 너 떠나거
라!” Novels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너는 어른이 되었어, 네가 가라. 나는 너를 한평생 키울 수 없어. 너도 나를 한평생 지킬 수 없다.”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얼음동굴에 떨어진 것처럼 춥다고 느꼈다.
어느 바람과 해가 따뜻한 아침에, 스라이는 괴나리봇짐 하나를 짊어지고 길을 나섰다. 길을 떠나기 전에, 큰고모는
어디서 황아장수의 북을 찾아냈는지 모르지만, 그녀가 손으로 북의 배를 쓰다듬으며 가만히 두들겨 보았다. ‘둥둥’ 북
이 잠시 소리를 냈고, 낭랑한 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북을 바라보다가 다시 스라이를 바라보며 입을 좀 벌리고 뭐라
말하려고 하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그런 다음에 북을 스라이에게 주었다. 스라이는 북을 받아서 좀 살펴보다가 어렴풋
이 자신이 어렸을 때 갖고 놀았던 생각이 났고, 그것을 갖고 놀다가 따귀를 맞았던 기억이 났다. 그것은 그가 어려서
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딱 한 차례 따귀를 맞은 것이었고, 딱 한 번이어서 기억할 수 있었다. 그는 손 가는 대로 북을
짐 더미 위에 끼워 넣고 곧바로 머리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떠났다. 괴나리봇짐이 그의 두툼한 어깨 위에서 출렁거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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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고, 북이 맑고 또랑또랑하게 울렸다.
심
근 “둥둥, 둥둥, 둥둥, 둥둥.”
과 큰고모는 그 북소리가 한 걸음 한 걸음 멀어져가는 것을 들으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전
통 12
며칠 전에 듣자니 현에서 어떤 작가가 이곳에 와서 치수한 일을 취재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요 며칠 사이에 또 그 작가가 앞으로 오면 숙소도 마련해서, 현의 한 초대소에 묵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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