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3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P. 463
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웃고 연재 그림을 보길 좋아하고 영화를 잘 보고, 『수호(水浒)』, 『설당(说唐)』, 『동주열국지(东周列国志)』 따위에 관한
이야기를 하길 좋아했다. 결점은 정치를 배우기 싫어하여 회의 중에 내내 졸고, 담배를 말 종이가 없으면 신문을 찢어서
말고 벽에 붙은 학습 표어를 찢어내서 만다. 지금 그는 논 둔덕 위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면서 또 담벼락 위에 붙은
비림비공 표어를 뜯어서 담배를 말고 있었다.
“류 아저씨……” 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화들짝 깨난 듯이 말했다. “오오! 또 생각 안 났지! 죽어야 해, 죽어야 해!” 말을 마치고
자기 손을 찰싹 때리면서 헤헤 웃었다.
나는 정식 문제로 넘어갔다. “창고를 열어서 저한테 곡식 한 근을 달아주세요. 농약도 갖고 나오시고요. 제가……”
“농약?”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Wordpress
“농약을 안 뿌리면 닭과 오리를 가둘 수 없어요!”
“저……” 류 아저씨는 정색하며 재빨리 교활하게 눈을 껌뻑였다. “그다지 좋지 않지? 지금 세대마다 밑바닥까지 비었어, LMS
마누라들이 기름과 소금을 사는 것은 계란 몇 개에 기대서야, 고생이 말이 아니지! 그 암탉, 오리 새끼는 아낙네들의
교
기름통이고 소금 통이야, 정말 몇 사람 죽이려고…… 아이야! 할 수 없어! 할 수 없어!” 그는 땡땡이같이 고개를 저었다. 육
“아저씨 말씀대로 제멋대로 하게 놔둬요?” 플
그는 무슨 내버려 두든 아니든 그런 거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변명한 뒤에 말했다. “어쨌든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는 랫
폼
건 사회주의가 아니야! 사실대로 말하면, 자네가 밭을 봐도 벼도 없는데 닭과 오리한테 좀 야외음식을 찾게 한다고 해서
|
위법은 아니야!”
“당연하죠! 생산대대 간부의 사상이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군중을 움직일 수 있겠어요?” 나는 그가 어른이라는 것을 Wordpress
돌아볼 겨를 없이 그를 비판하면서, 또 많은 사람이 함께 대대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원리부터 제도를 고수하고 지휘에
복종해야 하는 중요성을 족히 십여 분 동안 강변하였다.
그는 찍소리도 하지 않고 땅에 쭈그리고 앉아서 동전 두 개로 한참 동안 수염을 잡아당기다가 마지막에 겨우 말했다. LMS
“미안하네! 어쨌든 나 우라오류가 고집을 부린 들 뭐 하겠나. 자네들이 억지로 치고 싶으면 가서 치게!” 말을 마치고 그는
쟁기를 짊어지고 등등하게 논 둔덕을 내려갔다. Education
이날, 나는 곡식을 재서 아주 독한 농약 1059호와 섞어서 집 앞 밭이랑에다 뿌렸다. 그것을 소가 잘못 먹지 않게
하려고, 나는 기장을 많이 뿌리지 못하고 몇십 미터 떨어진 작은 언덕에 뿌린 표시를 하고 또 목동 아이들에게 잘
일러두었다. Platform
그렇지만 그렇게 한 것도 별 효과는 없었다.
그날 내가 민병 소대장이 나와 함께 자류지를 검사하러 나갈 때, 어떤 사람이 몰래 자기 집의 분뇨를 채소에 주느라고
바쁜 것을 보았다. 나의 ‘정찰’ 명령을 준수하는 몇몇 꼬마 개구쟁이들이 서로 앞다투어 나에게 보고하며 또 밭에 내려간
닭이 있다고 말했다. 그 아이들은 아첨을 떨며 남의 공적을 가로채려고 다투었다. “내가 먼저 봤어!” “나야!” “나야!” …….
그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풀씨에, 군데군데 농약을 버무린 기장이 몇 무더기 있었지만, 누군지 기왓조각으로
덮어놓았고 또 한 무더기는 작은 나무 함지로 덮여있었다. 이런 짓을 한 사람은 기장 몇 무더기를 가져갈 배포는 없어
보였지만, 닭과 오리가 밭에 내려가서 독을 먹고 죽게 하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멀리 떨어진 밭에 대략 닭 십여 마리가
놀고 있고, 그놈들은 겁이 많은 것 같이 멀리서 나를 쳐다보고 대가리를 맞대고 어느 쪽으로 달아날까 의논하는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몰래 욕설을 퍼부었다. “저런 농민은 자기 이익만 너무 살폈다! 너무 사회주의 각오가 없다! 그러니
집단생산을 잘할 수 없지! 나는 앞으로 다가가서 기왓조각을 팍팍 짓밟아 으깨버리고 기장 무더기들을 발로 차서
흩어버렸고, 그것들을 다시는 덮어놓을 수 없게 한 다음에 또 그 작은 나무 함지를 손에 들었다.
“함지는 하이야쯔네 거예요!” 어떤 계집아이가 내게 알려주었다.
“누구네 것이든지 간에 모두 몰수다! 반성하지 않으면 절대로 함지를 찾아갈 수 없다!”
“하하! 몰수한대! 몰수래!”
“자아 비판서를 써야 해! 대대에 가서 붙여놓겠어!”
두 빡빡머리 소년은 재미있다고 느꼈는지 아니면 남의 불행을 보고 신났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다른 몇몇 좀 큰아이들은 웃지 않고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곤 급히 어른들한테 보고하러 갔다.
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