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6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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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심근과 전통 Search-For-Roots and Tradition
그녀는 나를 한번 보더니 묵묵히 머리카락을 한번 매만지고, 그런 다음에 천천히 산 아래로 내려갔다. 두 눈에 고인
눈물이 소나무로 밝힌 횃불 아래서 반짝거렸다.
“길을 잘못 들었어요! 저쪽으로 가야지 산 아래요!” 누군가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녀는 잠시 멍해졌고, 나무토막같이 몸을 돌려서 길을 가르쳐준 사람이 안내하는 길로 걸어갔다.
“중간쯤이요. 길가에 가시덤불이 있으니 바짓단을 잡아당겨요!”
그녀는 또 멍한 모양으로 길 가운데로 한 걸음 들어왔다.
그녀의 집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창순의 만류 때문에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 잠시 앉았다. 면목 없는 걸
말하면, 생산대대에 온 뒤 몇 달 동안에, 나는 해야 할 일이 많았고, 그래서 그의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문을 중
국
들어서자 피가 순식간에 응고된 것처럼 그야말로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두 칸짜리 오두막에, 늘어뜨린 모기장은 부뚜막
현
아궁이가 흙벽돌과 문짝으로 만든 침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밥 짓는 연기에 새까맣게 그을었다. 덧씌울 당
호청도 없이 낡고 오래되어 누더기가 된 솜이불만 달랑 있었다. 쌓아 올린 흙벽돌 위에 놓인 나무판자가 바로 식탁이었다. 대
소
부뚜막 위에 먹물 병으로 만든 유리 덮개도 없는 기름 등잔 한 개의 희미한 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벽에서는 맡기 곤란한
설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창순의 어머니가 저쪽에서 연신 기침을 하였다. 이 할머니는 또 목소리가 컸다가 작아졌다 하면서 |
며느리의 그릇된 점에 대해 잔소리를 하고 있었고, 말투로 보아 웨란의 몸이 안 좋아서 살림을 유지할 수 없고, 병을
치료하느라 빚을 졌기 때문에 가난해졌고, 손자 야쯔도 공부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원망하는 것 같았다. Chinese
“장(张) 동지, 앉으소.” 창순은 쓴웃음을 지으며 투박한 작두용 의자를 꺼내 내 앞에 놓았다. “정말 죄송하오. 의자 한
개도 없어서…….” Modern
“어째 의자가 없소?”
“나, 나……” 그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and
류 아저씨가 담뱃대를 두드리며 끼어들었다. “이 집은 초과대출 세대야! 작년에 빚 독촉 바람이 한바탕 불어서 집안의
의자, 침대, 궤짝까지 싹 쓸어서 모조리 대대로 가져갔잖아!”
“노동력이 이렇게 많은데, 어째 초과대출이 되나요?” Contermporary
창순이 다시 한 줄기 쓴웃음을 지었다.
다시 류 아저씨가 끼어들어 창순 대신 대답했다. 원래 작년에 웨란의 종양이 큰 병을 얻었지, 일손이 부족한 건 둘째
치고, 잠깐 의사를 청하고 병원에 입원해서 5백 위안을 냈지. 만약 평상시라면 이것도 뭐 계산할 거 없지만, 요즘
생산대대가 해마다 생산량을 감소하고도, 마구잡이로 처리했지. 올해는 큰 저수지를 수리하라는 명령에 따르고, 내년이면 또 Novels
저수지를 때려 부수고 들판을 만들라면 또 그 명령에 따라야지. 일모작 벼를 뽑고 억지로 이모작 벼를 심을 뿐이지. 갖가지
경영 방법도 모두 막혔어, 죽어, 한 사람이 하루 노동해야 겨우 일이 마오 돈을 벌 뿐이야. 나라에서 공동으로 웨란에게 2백
위안을 보태 준다 해도 이 부뚜막을 채울 수 없어. 생산대대의 집마다 모두 가난해서 빌린다 해도 빌릴 곳도 없어…….
집안이 잠잠해졌다.
나는 투박한 작두 의자를 매만지며, 침대 머리맡의 하이야쯔의 그 사과 같은 어린애티가 어리는 얼굴을 바라보니 무슨
무거운 것이 내 가슴을 누르는 것 같았다. 벌써 이 일대의 사원들의 고통에 대해 푸념하는 말은 들었지만, 어떤 사원은 정말
눈앞의 이런 지경에 이른 정도로 고생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원로대장의 말을 나는 무심코 들었다. 나는 어떻게 창순의 집을 나왔는지 모르고, 심지어 비에 흠뻑 젖은 옷도 그 집에
두고 나온 것도 잊어버렸다. 이날 밤, 나는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튿날, 나는 공작대와 대대 당(党) 지부 연석회의에서 웨란 집안의 일을 거론했다. 나는 그녀 집의 벌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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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면제해주길 바랐고, 또 하이야쯔가 공부하는 문제를 해결해주길 원했다. 회의에서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양 부대장은 장편의
심
근 발언을 하면서 많은 사람이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해야 할 도리를 들먹이며 대대적으로 비판하였지만, 나는 무엇인가
과 걱정거리가 있는 듯이 좀처럼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곰곰이 좀 생각해보았다. 맞다! 나는 웨란이 마음에 걸렸다. 어제저녁
그 소나기를 맞은 뒤에 그녀는 의외로 고요하고 침착했었지, 그것이 더 이상하지 않아? 무슨 일을 낸 건 아닐까? 대대의
전
통 리(李) 서기가 살그머니 내게 말했다. “맞네! 자네가 먼저 돌아가 보게. 농촌의 어떤 아낙네는 쉽게 이해할 수 없어.
저번에도 시부모와 불화해서 하마터면 인명 사건을 낼 뻔했다네…….” 이 말이 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나는 회의가 채 끝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회의장을 빠져나와 생산대대로 돌아왔다. 생산대대에 들어서니, 나의 예감이
적중하여 분위기가 평상시와 달랐다. 창순의 집으로 가보았지만, 사람이 없었다. 다른 집으로 가도 사람이 없었다. 다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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