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5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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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중얼거리면서 울적하게 힘없이 걸어갔다.
내가 잘못했단 말이야? 좀 곰곰이 생각하면 그다지 잘못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자본주의를 크게 비판한 것이고,
게다가 나는 사전에 말을 하고 강제조치를 취한 것이고, 나는 공작대를 대표하여 어쩔 수 없이 실행하게 된 것이다.
며칠 후에, 나는 현(縣)내에 가서 농업기술학습반에 참가하느라 생산대대의 일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다. 우연히 현
소재지에서 똥을 푸는 생산대원 두 명이, 창순네가 한동안 조용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웨란이 갑자기 병이 났을
때쯤에, 그녀의 시어머니는 또 며느리가 온 집안의 체면을 구겼다고 원망했다. 하이야쯔는 엄마에게 울며불며 난리를 치며
밤에도 잠을 자지 않았다. 창순은 그저 힘들여 일하는 것만 알 뿐이요, 집으로 돌아오면 머리를 싸매고 답답해만 한다…….
나는 이런 어머니와 마누라의 일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생산대로 돌아온 날, 첫 번째 들은 말이 창순과 그의 마누라가 금방 대판 싸웠다는 것이었다. Wordpress
내가 창순네 집으로 가니, 창순이 마침 문턱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이 움츠린 거인이 발에 낡은 헝겊신을 신고 투박한
손바닥으로 머리카락을 틀어쥐고 있었다. 류 아저씨가 마침 뒷짐을 지고 옆에 서서 사납게 그를 꾸짖고 있었다. “순아, 너 LMS
미쳤냐! 윗집 아랫집에서 어디 너희들이 화목한 부부라고 말하겠냐? 너 지금 무슨 소 같은 힘이 있어? 왜 제수씨가 너한테
교
뭘 잘못했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격이지, 무정하고 의리도 없지, 양심도 없지! …….” 육
창순은 줄곧 괴로워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입안에 술 냄새를 확 뿜으며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말씀하지 플
마세요!” 그러나 류 아저씨와 나를 보더니 다시 천천히 쭈그리고 앉았다. 랫
폼
옆 사람이 하는 말 가운데 일이 난 이유가 어떻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간 뒤에 공작대의 양(杨) 부대장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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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대대를 순시하며 어느 사람이 농약을 덮었는지를 밝혀내려 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인정하는 사람이 없고, 단서는 오직
창순네 나무 함지 하나였기 때문에, 그리하여 투쟁의 화력이 그 집으로 집중되었다. 창순이 자아 비판서를 써서 제출하는 Wordpress
것은 말할 것 없고, 또 추수 뒤까지 닭 한 마리마다 5위안씩의 벌금을 내게 했다(임금에서 삭감하게 함). 이래서 창순네
집안이 시끄럽게 되었다. 오늘, 웨란이 서글프게 한탄하면서 창순의 사람이 변변치 못함을 원망하며 집안에 기름이 떨어졌고
소금도 없고, 하이야쯔에게 교과서를 사줄 돈도 없다고 불평하였다. 그러나 그에게 무슨 뾰족한 수가 있으랴. 뜻밖에 마침 LMS
창순이 이웃집에서 술을 좀 얻어먹고 돌아왔을 때였다. 그는 참고 듣다가 별안간 술김에, 취기가 발동하여 처음으로 아내
앞에서 벌컥 화를 냈고, 웨란의 얼굴에 따귀를 한대 올려붙여 다섯 개의 붉은 손자국을 선명하게 냈고, 또 욕설을 퍼부었다. Education
“내 탓이냐, 흥! 너 같은 마누라 땜에 고생하는 거 아냐, 하이야쯔가 왜 교과서 살 돈이 없이 없게 되었어? 왜 벌금을 내게
되었는데?” 가엾은 웨란은 먼저 놀라 멍해졌다가, 사기 밥그릇을 내동댕이쳐서 와장창 깨고, 분하고 억울해서 입을 틀어막고
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을 참으며 집 밖으로 달려나갔다. Platform
“어떻게 사람을 때릴 수 있소?” 나는 창순을 나무라며 말했다. “그녀는 지금 어디 있소?”
“모르오.”
“그럼――빨리 찾아봅시다. 큰일 내기 전에!”
이날 밤에, 별빛이 좀 밝았다. 푸른빛의 안개가 산림을 덮었다. 축축한 공기 속에서 밭이랑을 쟁기질한 뒤에 풍기는
흙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산의 한 줄기 샘물 속에, 달빛 아래서 부서지는 것 같은 은빛 달의 그림자가 출렁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이른 봄의 첫 번째 청개구리가 울었고, 그렇게 힘들고 그렇게 외롭게 울었지만, 놈이 모든 것을
몽땅 깨트리고 우는 탓에 사람에게 이상하고 복잡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무심코 밤 풍경에 주의했다. 웨란을 되도록 빨리 찾아서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케 하여 내일의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를 바라며. 나는 또 창순 부부를 원망했다. 어떻게 그렇게 꽉 막혔어? 그따위 작을 일로 이 난리를 치면, 일이
해결이 나? 이런 원망하는 마음은 또 다른 마음과 뒤엉켰는데, 그것은 어렴풋한 불안이었다. 왜 불안하지? 하지만 나는 더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다.
“웨――란――” 원로대장이 외쳤다.
“웨――란――” 산골짜기에서 텅 빈 메아리를 울렸다.
비가 내렸다. 옷이 흠뻑 젖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저기 찾고 또 찾았다. 간신히 숲속 유채밭에서 그녀를 찾았다.
그녀는, 마치 금방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묵직한 돌조각처럼 어떤 바위 위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서 소리도
내지 않았다. 모두 너무 반갑고 기뻐서 그녀를 부르고 다정하게 그녀를 끌어안아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았고,
눈은 똑바로 앞을 바라보지만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돌아갑시다! 비가 더 많이 내리겠소.” 내가 재촉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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