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7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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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역시 사람이 없었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니, 저수지 쪽에 몇 사람이 둑길을 따라 양돈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그 가운데 약상자를 짊어진 맨발의 의사(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농촌에서 의료 업무를 하며 농사를 지었던
의사)가 고개를 수그리고 침통하게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크게 소리쳤다. “생산대대의 사람이요? 창순이요? 웨란이요?”
어떤 노파가 나를 쳐다보더니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고, 등을 구부리고 울면서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이쿠! 걱정하던 일이 결국은 터졌구나! 나는 하늘과 땅이 빙빙 도는 것을 느꼈을 뿐이다. 누가 달려와 내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는지 모른다. 그는 웨란의 자살 기도는 누구도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이날 오전에, 그녀는 집안 살림살이를 모두 정리하고 깨끗하게 쓸고 닦고, 옷가지도 모두 잘 빨아놓고,
하이야쯔에게 새 옷을 입히고, 찹쌀을 빌려다가 시어머니에게 맛있는 밥을 지어드렸다. 나중에 창순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Wordpress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저수지로 찾아가서 그녀의 헝겊신을 찾았다…….
이때, 시신은 건져낸 뒤였고, 온몸이 흠뻑 젖었고, 얼굴은 그토록 파리하였지만, 오히려 편안해 보였고, 콧구멍에 한 줄기 LMS
피로 얼룩진 자국이 남았을 뿐이었다. 창순은 두 발이 흙투성이가 된 채로 시신을 끌어안고 통곡하고 있었다. 거대한 머리의
교
야수 한 마리의 목이 쉬고 힘이 다 빠진 울부짖음 같았다. 그의 눈물은 방울방울 아내의 차가운 얼굴 위에 떨어졌고, 육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탕탕 쥐어박으면서 외쳤다. “……하이야쯔엄마아, 내가 어제 당신을 때리면 안 되는 거였어! 그럼 플
안 돼! 나는 당신을 한 번도 때린 적이 없었어, 내가 그러면 안 돼! 당신 밤낮없이 죽도록 일하는 거 외에, 그때, 내가 메밀 랫
폼
떡 먹고 싶다고 해서 당신이 칠팔 십 리 먼 친정집에 가서 메밀 찾아갔고 오느라고 온몸의 옷이 땀으로 흠뻑
|
젖었었잖아…… 당신한테 미안해! 당신이 아파서 드러누워서도 아까워서 먹지 못하고, 달걀 한 개로 끓인 탕도 당신은 먹지
않고, 당신은 하이야쯔 공부할 때 연필 사고 종이 사야 한다고 했잖아…… 내가 당신을 어떻게 때려! 어머니가 당신을 Wordpress
미워하지만 내가 어떻게 당신을 때릴 수 있어? 당신 마음을 그렇게 아프게 했어? 당신, 어떻게 이렇게 무정하게 갈 수
있어! ……”
하이야쯔도 제 아빠의 몸 뒤에 바짝 붙어서 엄마의 손을 흔들며 울면서 소리쳤다. “엄마아, 엄마아! 내가 다시는 책 LMS
사달라고 안 할게! 엄마! 저녁에 잘 때도 다시는 울면서 투정 부리지 않을게!” 아이는 호주머니 속에서 진흙투성이가 된
작은 물고기 몇 마리를 꺼내서 엄마의 몸 옆에 놓았다. “엄마, 봐봐, 나 벌써 물고기 잡는 거 배웠어, 나 책 살 돈 있으면 Education
학교 갈 거야, 나는 더는 떼 안 쓸 거야! 엄마한테 땔나무도 해다 줄 수 있고 밥도 해줄 수 있어! ……”
에워싸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모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어떤 사람은 또 분개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뭐라고 말하였고,
두 쌍의 눈들 속에는 분노의 빛이 스쳤다. Platform
나무 위에 까마귀 한 마리가 까악 하고 울었고, 날개를 파드득거리며 먼 곳으로 날아갔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누군가 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류 아저씨였다. 그는 한 손에 호미를
들고 다른 손으로 나에게 반듯하게 개어진 옷 한 장을 건네주었다. “이건 자네 것이지? 그녀가…… 오늘도 자네를 돕는
김에…….”
아! 그것은 내가 어제저녁 그녀의 집에 두고 간 그 회색 웃옷이 아닌가? 그것은 깨끗하게 빨아졌고 잘 개어져 있었고,
게다가 어깨 위에 헤진 구멍도 바늘땀이 촘촘하게 잘 꿰매져 있었고 두부처럼 큰 자국이 색을 맞추어 기워져 있었다. 내
마음은 채찍으로 심하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나는 두 손으로 옷을 둘둘 말았다. 코끝이 시큰거리고 눈물이 콸콸 쏟아졌다.
내가 본 것은 기운 자국이 아니라 뚜렷한 웨란의 얼굴이었다! 그녀의 착하고 순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또 분노를 담고 있는
눈빛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무작정 걸었다.
나는 어디로 가나? 벌써 푸릇푸릇해지기 시작한 저수지 가장자리의 버드나무가 내 눈에는 웨란의 긴 머리카락으로
바뀌었다. 산의 샘물은 바위 위에서 졸졸 흐르는데, 그것은 내 눈에는 웨란의 눈물로 보였다. 허공에 가득 찬 우윳빛으로
보슬보슬 내리는 비안개는 모든 것이 다 점점 비안개 속에 녹았는데,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웨란의 창백한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수문 쪽에서 철썩철썩 물결 소리가 우당탕 구르는 뇌우처럼 하늘과 땅을 울렸다. 그러나 나는 마치 그것이 웨란이고
천만 개의 웨란의 흐느낌 같다고 느꼈다…….
나는 비안개를 맞으며 미친 듯이 달렸다. 아아! 웨란, 내가 늦게 왔소! 당신은 지금 만류할 수 없도록 영원히 잠들었소,
그러나 나는 막 깨어났소! 나는 내 몸에 뒤엉킨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소, 당신이 나를 용서해주기도 바라지 않소,
그러나 이게 웬일이요? 도대체 누가 당신을 삼켜버렸소? 이게 어찌 된 일이요? 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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