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4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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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심근과 전통 Search-For-Roots and Tradition
그날, 우씨 마을의 전 생산대대 특히 아낙네들을 뒤흔든 큰 사건이 일어났다. 웨란은 ‘산 파기’에 참가하러 대대에 갔다가
늦게 돌아왔다. 게다가 이웃집에서 그녀에게 닭을 돌려줄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그 닭 네 마리는 전부 독살되었다!
내가 그 소식을 알았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 볏짚을 태우는 연기 속에서, 멀리서도 웨란의 집 대문 앞마당 안에서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며, 무슨 부녀회를 여는 것 같이 모여 있는 아낙네 십여 명을 볼 수 있었다. 겨우 닭 몇 마리
아닌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니, 어째 정말 좀 이상하다! 더욱 이상한 것은 상심한 울음소리가 인파 속에서
흘러나왔다. “…… 하느님! 마지막 닭 네 마리인데요! 하이야쯔가 공부하는 걸 이 재수 없이 죽은 닭들한테 기댄 건데요!
……나는 집단에게 손해를 입히려고 그런 건 아니어요, 나는 방법이 없었어요! 방법이 없었다구요! 사람도 배불리 못
먹는데, 내가 뭘로 닭을 먹여요? 방법이 없잖아요! ……” 몇몇 아낙네가 몰래 옷자락을 들어서 눈을 문질렀다. 중
국
나는 웨란이 나를 욕하기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욕하지 않았다. 내가 다가갔다.
현
건장하고 무던한 한 중년 사내가 머리를 움켜쥐고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내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다. 그의 당
검은 얼굴, 긴 턱, 몸에 맞지 않는 셔츠가 넓은 가슴 위를 팽팽하게 조였고, 어깨가 넓고, 좀 근시인 것 같았고, 그래서 대
소
사람을 볼 때 가늘게 실눈을 떴다.
설
나는 그를 살펴보며 말했다. “당신이 우창순이시오? 듣자니 내내 공사 건축대대에 있었다던데?” |
“네, 그쪽 일은 완전히 끝났소.” 그는 조금 웃으며 쭈글쭈글한 궐련 한 개비를 꺼내서 내게 건넸다.
“감사하오, 나는 필 줄 모르오.” Chinese
“오!” 그는 담배를 조심스럽게 원위치에 넣었고, 손을 비비다가 한참 만에야 겨우 더듬더듬 몇 마디 환영을 표하는 말을
했다. “당신은…… 당신들 간부 동지들은 정말 너무너무 좋소! 만약 공산당이 영도하는 신사회가 아니라면, 당신들이 어떻게 Modern
우리 같이 이런 촌구석엘 오시겠소, 또 직접 돈을 갖고 식량을 갖고 오시고, 정말……”
나는 체면을 차리는 말투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단도직입적으로 닭의 일을 말했다. and
“닭?” 그는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긴 얼굴에 실낱같은 쓴웃음이 스쳤고, 그런 다음에 고개를 돌려 자기 아내를 탓하였다.
“뭘 울어? 빨리 들어가지 않고!” 또 웃는 얼굴로 바꾸고 나에게 말했다. “뭐 없소, 내 아내가 바로 소, 소견이 좁아 닭 몇
마리를 자기 목숨으로 여겼소! 내가 보기엔……” 그는 새로운 어휘가 생각나지 않는 듯이 힘을 들여 두툼한 입술을 Contermporary
움직였다.
하이야쯔인 듯한, 상고머리의 아이 하나가 달려와서 그에게 매달렸다. “아빠, 아빠, 아빠, 아빠, 나 학교 가서 공부할래!
나 학교 가서 공부할래!”
창순은 아이의 머리를 세게 두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시끄러워!” Novels
아이가 ‘와앙!’ 하고 울었고, 이것이 마당 안을 더욱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어떤 사람이 와서 하이야쯔를 끌고 가고, 어떤
사람은 창순을 나무라고…….
내가 말했다. “애를 때리지 마시오. 사람을 때리는 것은 옳지 않소. 정확하게 알 수 있어야 좋소. 공작대는 여러분이
교훈을 받아들이고, 이 교훈으로 모두를 교육하기를 희망하오. 그래서 여러분은 즉시 자아 비판서 한 부를 쓰고, 1백 부
정도를 복사하여……”
“반성? 게다가 복사요? ……”
“매 생산대대, 대대부, 공사에 모두 붙여야만 하오. 당신 부인의 친정 쪽 생산대대에 관해서는, 그녀의 태도가 좋은지
아닌지를 보고, 안 좋다 해도 붙여야 하고…… 오늘 저녁에 쓰시죠.”
“저, 저……” 창순은 한쪽 팔로 나를 붙잡고, 고개를 갸웃하고 한참 더듬거리다가 겨우 말했다. “다, 당, 당신이 좋은 일
좀 해주쇼! 내 저 마누라는, 그, 그녀는…… 풍랑을 겪을 수 없소.”
11
장
“내게 무슨 방법이 있겠소? 이것은 공작대의 명령이오.”
심
근 그의 두 눈이 긴장한 채로 땅바닥에 돌멩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대답이 없고 완전히 어리벙벙한 채로 멍해졌다.
과 그 웨란이라는 사람은 이미 어떤 아낙네가 집 안으로 들어가라고 권하였다. 그 나머지 사람이 약간 탄식하더니 하나둘
흩어져 돌아갔다. 마당에, 그 뻣뻣하게 온몸이 새까맣게 되어버린 죽은 닭 네 마리를 연구하고 헤집는 아이들 몇 명만
전
통 남았다.
나는 분명히 모두 나를 무서워하고 멀리하고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느꼈다. 평소에 말하기 좋아하고 잘 웃는 류
아저씨조차도 평상시와 달리 나와 부딪치면 말을 하지 않고 닭 보듯이 하고 연못가로 가서 호미를 씻으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려다. “좋구나! 자본주의 돼지와 다투네! 자본주의 닭과 다투네! 싹쓸이야 농민이 잘하지…….” 중얼거리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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