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1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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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은 아이이므로 외로운 다섯째 할아버지가 식사를 제대로 하는지, 밥이 없다면 제가 덜 먹고라도 다섯째 할아버지를 모
실 줄 알고, 또 말벗이 되어주며, 취학할 나이가 되었을 때, 가정 형편상, 또 형 원화쯔(文化子)가 너무 공부하고 싶어
하므로 제가 양보하고, 또래 아이들과 놀이를 할 때도 너그럽고 동무의 마음을 살필 줄 아는 아이였다. 마을에 근래에
없던 물난리가 났을 때, 라오자는 다섯째 할아버지를 모시고 피하려고 했지만, 끝내 깊은 물에 잠겨 희생된다. 희생되
는 순간에도 라오자는 다섯째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다섯째 할아버지를 나무 꼭대기 위로 먼저 올려보내고 저는 미
처 나무 꼭대기 위로 올라가지 못한 채로 나무 기둥을 붙잡고 죽고 만 그야말로 인의의 고장의 ‘인의의 화신(化身)’이
다.
(2) ‘과부 개가’ 부분을 보면, 작은 바오씨 마을 저 너머 작은 펑씨 마을(小冯庄)에 샤오후이쯔(小慧子)라는 나이
찬 처녀가 아버지를 따라 구걸하러 다니다가 어느 해 마을로 돌아오면서 스라이(拾来)라는 꼬마를 달고 왔다. 스라이 Wordpress
는 샤오후이쯔를 ‘큰고모’라고 불렀고, 큰고모도 스라이를 애지중지 키웠다. 하지만 성장기에 스라이는 샤오후이쯔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치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었고, 하여 큰고모가 내준 황아 봇짐을 지고 장사를 떠난다. 이 마 LMS
을 저 마을로 돌아다니던 스라이는 어느 날 작은 바오씨 마을에 들어와 좌판을 벌렸고, 그곳에서 골무를 사러 나온 둘
교
째 작은어머니(二嫂, 죽은 鲍彦川의 아내)를 만났다. 큰고모처럼 나이가 들었지만 후덕한 인상의 둘째 작은어머니에게 육
호감을 품게 된 스라이는 마침내 둘째 작은어머니의 밭일을 거들어주다 아예 그 집에 눌러앉게 된다. 이 일은 작은 바 플
오씨 마을에서 1백 년 가까이 역사에서 처음 있는, 마을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은 반인의(反仁义)적인 스캔들이었고, 랫
폼
게다가 바오옌산이 일가 남정네들을 이끌고 와서 두 사람을 ‘가문에 먹칠했다’ 하며 집단으로 구타하고 두 사람을 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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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일대에서 예로부터 ‘인의의 고장’이라 불려온 작은 바오씨 마을과 마을의 유력한 가문의 명예
에 먹칠한 후안무치한 부도덕한 관계로 매도당한다. 스라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타지 사람이며, 또 ‘데릴사위’라는 경멸 Wordpress
의 눈초리 속에서 주눅이 들어서 산다. 둘째 작은어머니의 관점에서는 스라이가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다 보니, 스
라이의 노동력에 힘입어 자기 아이들을 키우며 기대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일가친척들의 멸시 속에서
점차 속으로 자신이 스라이를 부양하는 것이 아닌가, 회의하게 되고 스라이를 지아비이기보다는 막일꾼처럼 함부로 부 LMS
리게 된다. 하지만 물난리가 났을 때, 스라이가 라오자의 주검을 건져 올리고, 그 이야기가 바오런원(鲍仁文)의 창작
소재로 삽입되었고, 대대적인 영웅 사적에 곁다리로 끼고, 스라이의 (라오자의 시신을 건져 올린) 행위를 취재하는 기 Education
자들이 몰리면서, 둘째 작은어머니가 스라이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기고, 마을 사람들도 덩달아 스라이를 괄목상대
하게 됐다.
(3) ‘奉公忘我’ 부분은 원로 혁명가 바오옌룽(鲍彦荣)의 영웅적인 투쟁 이야기이지만, 실은 바오런원이 매우 ‘영웅 Platform
일대기’로 쓰고 싶어 하는 창작 소재이다. 바오런원은 멋진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문학청년이다. 그의 첫 번째 장편소
설의 소재가 바로 (c) 바오옌룽의 일대기이다. 그는 바오옌룽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어 자신이 구상하는 영웅적인 사적
(제목은 ‘바오산 아들딸 영웅 이야기(鲍山儿女英雄传)’으로 이미 정했음)을 말해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바오옌룽은 자
신의 일생을 떠벌리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그저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예닐곱 식구의 배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만 신경 쓴다. 끓어오르는 창작의 욕망에 휩싸인 바오런원은 현에 치수에 관한 일을 취재하고 싶어 하는 어떤 작가가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예전에 써 놓았던 작품들을 수정하여 ‘作品’이란 표제를 달지만, 작가를 만나지 못하게 되자
그 작품을 간행물 편집부로 부친다. 이러한 바오런원을 마을 사람들은 ‘원(文) 미치광이’라고 불렀는데, ‘원(文)’은 그
의 이름에 있기도 하고, 또 하나는 ‘글’(文)에 미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뒤 그는 창작의 방향을 바꾸어 두 번째로,
바오빙더(鲍秉德)의 미친 아내에 대한 ‘어질고 바르지 않으면 안 된다’(不能不仁不义)를 가지고 (d) 「계급 감정이 바
다처럼 깊다(阶级感情深似海)」(혹은 「계급 정의는 바다처럼 깊다(阶级正义深似海)」)와 세 번째, 스라이와 둘째 작은어
머니의 나이와 처지(네 아이를 키우는 과부임)를 극복한 사랑 이야기를 (b) 「숭고한 사랑(崇高的爱情)」이란 제목의 방
송용 원고를 써서 제법 방송을 탄다. 그리고 물난리가 난 뒤에 희생된 라오자와 다섯째 할아버지 이야기를 르포문학
(a)로 써서 성(省)에, 지역에, 현 문화관에, 간행물, 신문사. 청년신문, 소년신문 등등 여기저기로 보낸다. 처음에 그의
원고는 내팽개쳐져 있다가, 당국에서 ‘예의범절의 달’을 홍보하는 선전용 사례를 찾다가 발탁이 되고, 홍보용으로 대대
적으로 각색 미화(美化)된다. 바오런원은 막상 자신이 쓴 초고와는 달리 꾸며지고 부풀려진(‘왜곡’) 기사를 읽으며 ‘글
쓰기’에 대한 회의 같은 걸 느끼게 된다. 바오런원의 창작 도전은 ‘글쓰기’, ‘역사’나 ‘영웅’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것
이며, 실제 사건이 쓰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해준다. 아울러 바오옌룽의 혁명 일대기가
미완성으로 끝나는 데서 이제 그것은 창작의 소재로써 의미가 사라졌음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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