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2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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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심근과 전통 Search-For-Roots and Tradition
(4) ‘자유연애’ 부분은 이렇다. 어느 날 문 앞에 떠돌이 각설이패가 구걸하러 왔고, 그 가운데 뾰족한 턱에 둥근 두
눈을 가진 열한두 살가량 된 계집아이가 섞여 있었다. 바오옌산의 안사람이 계집아이를 보니 총명하고 효성스러운지라
(얻은 밥을 제가 먹지 않고 병든 엄마에게 갖다 주는 것을 보고) 마음에 들어 이다음에 큰아들 젠서쯔(建设子)의 색시
로 삼을 요량으로 민며느리로 들였다. 샤오추이쯔(小翠子)는 어린 라오자를 봐주고 집안의 잔심부름을 하며 둘째 원화
쯔와 친하게 지내다 어느덧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샤오추이쯔는 형의 색싯감이고, 원화쯔에게는 형수가 될 것이
니 두 사람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날로 성숙해가는 샤오취쯔를 보면서 바오옌산의 안사람은 가난해서 큰아들과 빨
리 합방시키지 못하는 데 애가 타고 그러자니 그 속상함을 몽땅 샤오추이쯔를 혹사하는 데 풀어낸다. 어머니의 그러한
학대를 보면서 원화쯔는 솔선하여 샤오추이쯔의 힘든 일을 거들어주고 위로해준다. 똘똘한 샤오추이쯔는 어느 날 자신 중
국
이 아직 어려서 큰아들과 결혼할 수 없다고 울며불며 한바탕 난리를 친 뒤에 야밤에 가출해버린다. 이웃 마을에서 식
현
모살이를 하며 한밤중에 원화쯔를 만나러 온 샤오추이쯔는 형편이 나아지길 기다리자며 원화쯔와 굳게 사랑을 언약한 당
다. 물난리 때 라오자가 죽고, 그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큰아들은 향(乡) 농기계공장에 취직하여 혼담이 줄을 잇고 대
소
마침내 결혼하는 날, 샤오추이쯔가 집으로 돌아왔다.
설
(5) ‘칠거지악’ 부분은 바오빙더의 안사람이 자식을 낳지 못하여 마을 사람들로부터 뒷소리를 듣다가 끝내는 미치고 |
(광기) 물난리 속에서 죽은 이야기이다. 전통 관념에서 여자가 자식을 낳지 못하면 그것은 칠거지악의 하나요, 남편은
아내를 내쳐도 그만이다. 대가 끊기는 것은 아내를 버리는 것보다 조상 앞에서는 더 큰 죄이기 때문이다. 바오빙더의 Chinese
안사람은 작은 바오씨 마을 그 너머에 스리푸(十里铺) 사람이다. 그녀가 시집올 때는 이 마을에서 가장 어여쁜 색시였
지만, 가장 큰 결점이 있었으니, 연달아 다섯 번 아기를 가졌었지만, 모두 사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미쳐버렸다. Modern
그녀가 처음 미쳤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바오빙더에게 아내를 돌려보내고 새색시를 얻으라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오빙더는 말끝마다 “하루 부부는 백일의 애정이 있다 하니, 나는 어질고 바르지 않으면 안 된다”(一日夫妻百日恩, 不 and
能不仁不义) 하고 말했다.(6번 출현) 그녀는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으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물난리가 났을 때, 그녀를
등에 업고 피난 가는 바오빙더가 물살에 휩쓸려 휘청거리는 바람에 아내를 놓치게 되었고, 그래서 그녀의 시신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물난리 속에서 미친 아내를 잃은 바오빙더는 바오옌산 안사람의 주선으로 스리바오(十里堡)에서 못생 Contermporary
긴 새색시를 얻게 됐다. 새색시가 비록 곰보이기는 하지만 신체 건강하여 떡하니 그에게 첫딸을 안겨주었고, 곧바로 둘
째를 임신하였다. 바오빙더는 마음속으로 첫 아내가 스스로 물에 떠내려가서 실종됨으로써 자신에게 득녀할 수 있는
복을 준 것이고, 또 라오자가 별나게 인의하여 자신의 처지를 딱하게 생각하고 인의를 베풀어 미친 여편네까지 데리고
간 것이라고 여기며, 그녀의 시신이라도 찾아서 무덤을 만들고 수시로 돌봐줄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Novels
이 작품에서 정사는 도입부 두 편의 홍수신화와 조상의 치수 외에, 바오빙이(鲍秉义)의 북소리 장단에 맞추어 읊어
지는 화고희(花鼓戱) 자락에서 알 수 있다. 또 正史라고 해도 증명할 수 있는 역사 사실이란 또 10장에서 서술하는 단
두 문장뿐이다.
1천 리 밖 北京에서 마침 강산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하는 투쟁을 하고 있다.
1천 리 밖 上海에서 행장을 다 갖추고 ‘요잇땅!’을 기다리고 있다.
세상의 평지풍파—작품에서는 물론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즉 ‘문화대혁명’
의 발발을 말하는 것일 테지만, 작은 바오씨 마을과는 별개의 일이고, 이 마을은 세상과는 전혀 무관하게 고립된 외딴
마을이며 그 마을 나름의 풍속과 규범에 따라 살아가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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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오씨 마을이 ‘인의의 고장’이라 함은 도입부에서 은근히 전제하였듯이 조상들이 백성에 대해 인의하였기에
심
근 (치수한 것과 잘못 치수하였을 때 속죄로) 이 땅에 자리를 잡고 산 것이고, 바이빙더의 입을 통해서도, 처지가 딱한
과 거렁뱅이 샤오추이쯔를 민며느리로 들일 때도, 그녀를 학대해도 다른 마을에 비하면 일은 고될지언정 매를 대거나 배
를 곯리는 것은 아니니 인의를 행하는 것이라 말해진다. 또 라오자가 어릴 때부터 가르침을 받은 것도 아니건만(더구
전
통 나 태어난 것도 원하지 않았는데 불쑥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낳게 된 것인데) 태생적으로 마음씨가 곱고 어질고 너그러
우니 이 또한 인의의 표상이고, 그의 죽음 또한 인의를 행하고자 살신성인(杀身成仁)의 모범이 되었으니 마땅히 그 모
범을 기려야 하고, 또 에필로그에서처럼 그의 무덤을 청렴결백하게 보살피는 것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인의하기 때문
이다. 하지만 작품 속의 외지인 큰고모, 스라이, 바오빙더의 미친 아내 등이 작은 바오씨 마을 사람들의 허울뿐인 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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