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5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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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3개월 전에 낳았으면 좋았을 걸, 이 한철 양식이 전부 갖추어졌지, 그는 또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니, 다시 말하면 3개월이 늦었고, 또 사흘, 세 시간이 아니니 언짢아할 것이 없다. 그는 그다지 마음에 두
지 않았다.
그의 집 문 어귀에 이미 몇몇 노인네들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기가 아직 땅에 떨어지지 않았고, 산통도 긴박하
지 않았다. 그는 괭이를 벽에 기대놓고 쪼그리고 앉았다.
“밀이 나온 것은 괜찮나?” 바오 둘째 할아버지가 물었다.
“그저 그래요.” 바오옌산이 대답했다.
집안에서 와와 울음소리가 들렸고, 그의 셋째 집안사람이 문을 밀며 나와 외쳤다. “사내아이예요!”
“사내아이면 좋지.” 바오 둘째 할아버지가 말했다. Wordpress
“그저 그래요.” 바오옌산이 대답했다.
“자네 들어가 보지 않나?” 그의 셋째 집안사람은 그녀를 다보쯔(大伯子)라고 불렀다. LMS
바오옌산은 어깨 위의 저고리를 으쓱거리며 몸을 일으켜 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에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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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바오 둘째 할아버지가 물었다. 육
“그저 그래요.” 바오옌산이 대답했다. 플
“이름을 뭐라 짓지?” 랫
폼
바오옌산은 잠깐 생각하였다. “이름은 바오런핑(鲍仁平)이라 하고, 아명은 라오자(捞渣)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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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자?!”
“라오자. 그건 가장 끝부분이고, 본래 조심하지 않아 그가 생긴 거예요.” 바오옌산이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Wordpress
“부르다 보면 귀에 익지, 라오자!” 바오 둘째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의 셋째 집안사람이 다시 나와 바오옌산을 향해 말했다. “큰오라버니, 나한테 큰올케한테 산후조리 시킨다고 토란
가루로 만든 걸 먹이라고 하면 안 돼.” 말을 마치고 대답도 듣지 않고 기세등등해서 가버렸고, 또 기세등등하게 와서 LMS
손에 밀가루를 한 바가지 받쳐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밀가루가 없어?” 바오 둘째 할아버지가 물었다. Education
바오옌산은 헤헤 웃었다. “괜찮아요, 저 여편네들은 풀을 먹어도 엄마(젖)가 될 수 있어요.” 여기서는 젖을 엄마(妈
妈)라고 말했다.
커다란 개가 키 한 개를 짊어지고 동쪽 끝에서 달려왔다. “서후이쯔(社会子)가 죽었어!” Platform
동쪽 끝에 작은 초가집 한 채 안에서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의 엉엉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할머니들이 한 집
에 모여서 훌쩍훌쩍 흐느끼며 눈물을 닦고 코를 풀었다.
“너는 늙었는데 안 죽고, 너는 어째서 늙어서도 죽지 않아! 너는 왜 늙어서도 살아, 끝이 없이 살아, 끝이 없다. 너
자식 없이 늙도록 살면 무슨 낙이 있어!”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는 자기 아들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그의 얼굴이 누렇게 뜬 하나뿐인 손자가 똑바로 누워있었다. 작년에 폐병을 얻어서 한번 피를 토하고 죽은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죽을 한 그릇 마시고, 또 나를 불러 ‘할아버지, 나를 일으켜 앉혀주세요.’ 하기에 마음 놓았더니
죽었어!”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는 발을 동동 굴렀다.
할머니들이 흐느꼈다.
대장이 밀고 들어와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너무 괴로워 마세요, 할아버지가 자손이 없어도, 이 마을에서 서후이쯔와 같은 항렬이고, ‘런’(仁)자 항렬
은 모두 할아버지의 손자에요.”
“그래.”
“그래요!”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바오씨 마을의 아무개네 집 솥에 있는 것은 할아버지 그릇 안에도 있어요.”
“내가 남의 집을 돌아다니며 밥을 먹게 되었어!"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는 다시 상심했다.
"내가 어떻게 손아래 낮은 곳만 생각하고 살아, 노인을 존경해야지, 그게 정상 아니야!"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의 울음소리가 작아졌다.
“지금은 사회주의이고, 새 사회가 되었어요, 1백 년은 거꾸로 계산해서 말하면, 우리 마을에, 할아버지가 어느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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