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3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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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보다 더 인의해 보이며, 샤오추이쯔의 연애 자유와 자기 인생을 개척하고자 하는 의식은 도리어 작은 바오씨 마을의
‘☓☓☓의 안사람’으로서 이름 없이 살아가는 여인네들보다 훨씬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글쓰기’ 문제는 작은 바오씨 마을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가 왕안이의 내러티브와 작가 지망생 바오런원의 창작 과
정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국의 (문예) 시책에 따라, 물론 라오자의 행위가 범상치는 않았지만 영웅이 만들어지고 선전
되는 영웅화, 미화, 각색의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이 작품의 창작 시기가 아마 공자 부흥 운동, 애국주의 운동
등이 시작할 때와 맞물렸을 것이다) 한편으로 민간예술 방면에서 민간 연예인의 설화(说话) 입담(鲍秉义가 외양간에
서 부르는 花鼓戱)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샤오추이쯔가 떠도는 중에 부르는 각설이타령 ‘蓮花落子’가 막간에 삽입되
었고, 또 소리꾼의 가락은 아니지만 황아장수의 북소리가 작품 전체에 울려 퍼졌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우리나라 향토작가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朝光』, 1936) Wordpress
의 장돌뱅이 허생원과 동이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황아장수의 북소리는 스라이의 신비한 출생, 유래와 관련되어 있어
보이며, 그의 유랑 모티브, 즉 ① ‘떠돌이’ 큰고모가 구걸하는 길에서 얻은 아이, ② 그 자신이 ‘떠돌이’ 항아장수로 나 LMS
섬, ③ 장삿길에 둘째 작은어머니를 만나 작은 바오씨 마을에 정착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핍박과 멸시 때문에 뿌리를
교
내리지 못함, ④ 마침내 둘째 작은어머니와,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정착하는 마지막에 늙은 황아장수를 만 육
남과 연결된다. 유랑 길에서 황아장수의 작은 북은 큰고모와 스라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이며, 스라이의 장삿길과 삶이 플
고단할 때, 집을 지키고 있는 큰고모의 귓가에서만 울려 퍼지고, 스라이의 삶이 안정되자 북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게 랫
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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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水)은 작은 바오씨 마을의 생존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도입부’에서 보듯이, 홍수로부터 「작은 바오씨
마을」은 시작되었고, 작은 바오씨 마을의 모든 고난은 물로 인해 유발된 것이다. 물에 의한 카오스에서 연일 계속된 궂 Wordpress
은비가 멎자 ‘존재’가 출현했다. 두 번째 ‘도입부’의 내용에서 보면, 물로 인해 작은 바오씨 마을의 조상들은 벼슬을 했
고, 치수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도 했으니 작은 바오씨 마을은 지금은 백성일 뿐이지만, 옛날에는 청사에 빛날 업적도
남기는 신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대에선가 몹쓸 조상이 인의를 거슬려서 속죄의 뜻으로 마을에서도 가장 열악한 LMS
지대를 택하여 살게 되었고, 그래서 대대손손 물의 범람을 막고자 제방을 쌓아야 했다. 이것은 작은 바오씨 마을에 어
둠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원죄와 같은 것이고, 믿거나 말거나 정사와 야사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다. Education
물은 길(路)로 통하는 것이고, 이 작품에서 ‘길’ 또한 작은 바오씨 사람들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 루쉰의 영
원한 ‘나그네(过客)와 길’ 이미지와도 상당히 부합한다. 「작은 바오씨 마을」의 ‘길’은 ‘유랑’과 ‘소리’와도 연결되어 있
다. 바로 ① 큰고모와 스라이의 인연은 ‘길’에서 시작된다. 샤오후이쯔가 떠돌이 길과 그 구걸하는 길에 얻은 아이 스 Platform
라이(이름도 ‘주워서 데려왔다’는 뜻이고, 업둥이임을 나타냄)이다. 또 스라이가 황아봇짐을 지고 장삿길에 나선 뒤로
그는 늘 ‘길’ 위에 있다. ② 바오빙이는 ‘유랑’ 극단을 따라 다니며 공연하고 노래를 팔아서 살았기 때문에 바오씨네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했다. 몸이 늙자 마을로 되돌아와서 외로이 소를 치며 외양간에 살면서 틈나는 대로 북 장단
에 맞추어 ‘소리’를 하는 것이다. ③ 샤오추이쯔가 바오옌산의 안사람 눈에 들어 그 집의 민며느리로 들어온 것도 구걸
‘길’에서였고, 그녀 자신도 ‘소리’ 한 자락쯤은 너끈히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원화쯔와 친하게 어울리는 곳도 ‘길’이다.
둘이 친한 내색을 식구들 앞에서 할 수가 없으므로, 주로 밖에서 나물을 캔다든지, 서로 노래를 가르쳐주고 불러준다든
지, 속내를 털어놓는데 그것은 모두 집밖, 길 위에서이다. 아울러 가출하여 되돌아오는 그녀의 떠돌이 ‘길’이다. ④ 바
오런원은 간행물에 ‘作品’ 원고를 부치고, 그 원고의 노정을 상상하며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원고의 ‘노정’
역시 길과 관계가 있다. ⑤ 물난리가 나서 마을 사람들이 범람하는 물을 피해 달려가는 곳도 ‘신작로’이다. ⑥ 특히 사
람의 삶과 죽음이 바로 인생 ‘길’이며, 루쉰의 나그네가 멈추지 않고 가야 하는 ‘길’이었다.
03) 텍스트 읽기
小鲍庄
작은 바오씨 마을
머리말, 도입부(引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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