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6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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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심근과 전통 Search-For-Roots and Tradition
을 봐도, 굶어 죽고 얼어 죽은 사람은 없어요!”
“그래.”
“그래요!”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는 울음을 삼켰다. “내가 말이지, 내 명이 왜 이렇게 질기냐, 할멈들, 아들, 손자, 전부 나한테
쫒겨났어……”
“할아버님 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살고 죽는 게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대장이 정중하게 말했다.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가 그제야 조금씩 누그러졌다.
중
국
2
현
당
바오산 그쪽에, 작은 펑씨 마을(小冯庄)이 있고, 마을에 샤오후이쯔(小慧子)라고 하는 나이 찬 처녀가 있었다. 대
소
1960년에, 그녀 아버지를 따라 북쪽으로 구걸하러 다녔고, 한 번 가면 두세 해가 걸렸고, 돌아올 때, 그녀의 아버지는
설
없었지만, 도리어 두 살짜리 조그만 사내아이가 늘었고, 길에서 주운 아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아이를 스라이(拾来) |
라고 불렀고, 자신을 큰고모라고 부르게 했다. 그리하여 점점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큰고모라고 부르게 되었다. 큰고
모는 한평생 시집가지 않고, 스라이를 키웠다. 큰고모는 스라이를 친아들처럼 끔찍이 사랑하고 보살폈다. 스라이는 걸 Chinese
쭉한 것을 먹고, 큰고모는 묽은 것을 먹었다. 스라이는 새것을 입고, 큰고모는 기운 것을 입었다. 큰고모가 스라이한테
얼굴색을 한번 바꾼 것을 보았지만 무슨 큰일도 아니었다. 스라이가 어디서 황아장수의 작은 북(땡땡이와 형상이 같으 Modern
나 비교적 큼)을 찾아냈는지 모르지만, 문 앞에 앉아 흔들며 놀고 있을 때, 큰고모가 잽싸게 손으로 낚아채서 빼앗고
따귀를 한 대 때렸다. 얼마나 많은 좋은 것들이 스라이를 망치게 했는지, 큰고모도 아까워하지 않았고, 이 작은 북이 and
금으로 만든 것인지 은으로 만든 것인지도 몰랐다. 도리어 좀 미심쩍었다. 미심쩍은 일 한 가지가 또 있었다. 어느 날,
몇몇 아낙네들이 모여 앉아 햇볕을 쬐며 신발 바닥을 만들고 있을 때, 스라이가 다가와서 머리통을 큰고모의 가슴 속
에 들이밀고 손을 내밀어 그녀의 저고리 앞섶을 들어 올렸다. 큰고모는 안색이 싹 바뀌었고, 스라이를 떠밀며 몸을 일 Contermporary
으켜 걸상을 들고 집 쪽으로 걸어갔고, 남은 스라이는 멍청이 서 있었다. 아낙네들이 스라이를 놀렸다.
“젖 먹고 싶어? 네 엄마를 찾아가, 저 사람은 네 고모야!”
스라이는 입을 삐쭉거리며 울려고 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점점 마을에 이상한 말이 돌았고, 무슨 이상한 말을 했지만, 큰고모는 들을 수 없었다. 도리어 종종 스라이에게 어 Novels
떤 사람이 묻곤 했다.
“스라이야, 네 큰고모의 작은 북을 내가 좀 갖고 놀아도 돼?”
“스라이야, 큰고모 젖을 먹어봤어?”
“스라이야, 네 큰고모……”
스라이가 비록 어리긴 해도, 묻는 것이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아는지라, 큰고모에게 돌아가서 말을 하지 않았
고, 그저 오로지 침묵했다. 미심쩍을수록 더욱 묻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인 법이다.
스라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이에 사람들은 더욱 어른과
아이가 공동으로 어떤 비밀을 지킨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스라이는 외톨이로 바뀌었고, 가능한 한 사람들을 피하고 모
든 사람과 점점 멀어지고, 오직 자신의 큰고모하고만 친하게 되었다.
이렇게 큰고모는 스라이를 데리고 살았다. 지금은 큰고모가 늙자 집에 와서 혼담을 꺼내는 사람도 없어졌다. 스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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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컸고, 크고 우람하게 자랐고, 당당한 사내가 되어 남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임금을 받았다. 하지만 사는 곳은
심
근 여전히 큰고모의 아버지가 지은 그 작은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였고, 스라이는 허리를 굽혀야만 문 안으로 들어갈 수
과 있었다. 집 안은 어두침침하고, 벽돌 두 개만 한 창문 구멍을 겨울에는 지푸라기로 채우고 여름에는 지푸라기를 빼버렸
다. 부뚜막 아래는 도마이고 도마 위가 침대이고 침대 널판 위에 돗자리 한 개가 있고, 돗자리 위에 베개 한 개와 이
전
통 불 한 개가 있었다. 스라이가 자라자마자 한쪽에서 잠을 잘 수 없게 되었고, 큰고모가 천 자루를 만들어서 안에 보릿
짚을 채워 베개로 삼았다. 사람이 각자 한쪽 끝에서 자게 되었다. 큰고모는 스라이의 발가락을 끌어안고 자고, 스라이
의 발가락은 내내 큰고모의 따뜻한 품 안에 있어야만 마음속으로 편안하게 느껴졌고 금방 잠이 들었다.
이른 봄의 어느 날 밤에 스라이는 좀 덥고 열이 나는 것 같아 별안간 잠을 잘 수 없었다. 두 다리를 큰고모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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