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7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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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안에 넣으니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스라이는 가만히 발가락을 좀 꼼지락거렸고, 발가락 끝이 더욱 부드러운 것을 건드
렸다. 그는 머리가 잠깐 감전되어 감히 더 꼼지락거릴 수 없었다. 그는 제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바람이
창문 구멍으로 들어왔고, 창문 구멍 안의 풀이 사각사각 가볍게 소리를 냈다. 그는 다시 발을 좀 움직여보았고, 그 부
드러운 곳에서 좀 멀어지고 싶었지만, 뜻밖에 자신의 발은 그 부드러움과 따뜻함 속에 더욱 깊이 빠져있었다. 스라이는
그제야, 자신의 발은 따뜻한 협곡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두 다리는 이미 협곡 속에서 15년 동안 깊이 잠들었었
다. 그는 그 협곡의 가장 아래층 가장 깊은 곳에 뛰고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바람이 창문 구멍으로 들어왔
고 가만히 소리를 냈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서 스라이는 눈까풀을 축 늘어뜨리고 죽을 먹으며 찍 소리도 내지 않았다. 큰고모가 물었다.
“왜? 어디 아파?” Wordpress
그는 말하지 않았다.
큰고모는 그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LMS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피했다.
교
점심때, 큰고모가 물을 한 솥 끓이다가 그가 돗자리 뼈대를 메고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에게 어디서 가져온 것이 육
냐고 물었다. 그는 말하지 않고, 머리를 푹 숙이고 밧줄을 잡아당기며 침대 망을 만들었다. 플
밤에 그는 혼자 돗자리 위에서 잤고, 베개를 베고, 낡은 솜으로 싸매고 한 덩어리로 움츠렸고, 한밤중이 되어서야 랫
폼
겨우 천천히 몸을 폈다. 그는 꿈에 자신의 두 다리가 다시 부드럽고 따뜻한 협곡 속에 놓인 것을 보았고, 어떻게 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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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 솜을 그에게 덮어주었는지 모르지만, 자신과 옷이 밤새도록 뒤엉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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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런원(鲍仁文)은 노혁명가 바오옌룽(鲍彦荣)에게 달라붙어 귀찮게 했고, 그의 생애를 이해하고자 장편소설 한 LMS
편을 쓰기로 했다. 제목은 이미 「바오산 아들딸 영웅 이야기(鲍山儿女英雄传)」로 정했다. 원로 혁명가의 일생에 평범
하지 않은 세월이 있었다 할지라도 천이(陈毅, 1901-1972)의 부대를 따라 많은 전쟁을 치르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 Education
아 지금 매달 민정국(民政局)에서 보조금 몇 위안(元)을 받지만, 그는 아주 자신을 잘 총결하지 못했고, 자신의 영광스
러운 욕망도 전혀 없었다. 그가 관심을 두는 것은 가장 자신의 예닐곱 식구의 배를 어떻게 가득 채울 것인지 하는 것
이었다. 바오런원이 온종일 수첩을 들고 그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일을 묻고 게다가 한번 또 한 번 반복해서 물 Platform
어보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이미 벌써 짜증스러워졌다. 몸을 일으켜 가고 싶었고, 바오런원의 담배의 농락까지도 짜증
이 났다. 매우 들볶였다.
“큰할아버님, 멍랑구(孟良崮)에서 싸울 때, 반장이 희생되자 할아버님은 언제나 반장을 대신하여야 한다고 여기고
병사를 이끌고 돌격하셨습니다, 당시에 할아버님은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바오런원이 물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어.” 바오옌룽이 대답했다.
“할아버님 다시 기억해 보세요, 당시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신 거예요?” 바오런원은 실망한 표정을 감추고
물었다.
바오옌룽은 담배를 깊이 빨았다. “생각하고 말 틈도 없었어. 머리통을 맞아서 온통 멍멍했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
아.”
“그럼 자발적으로 반장의 책임을 지고, 용감하게 적을 죽인 동기가 뭐예요?” 바오런원은 묻는 방식을 바꾸었다.
“동기?” 바오옌룽은 알아듣지 못했다.
“바로 할아버님은 당시에 도대체 왜, 그렇게 용감했냐구요! 반동파에 대한 원한 때문인지, 아니면 고향 사람들의 해
방을 위해서였는지……” 바오런원이 일깨웠다.
“응! 동기.” 그는 안 것 같았다. “무슨 동기 없이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죽였어. 전쟁이 끝난 뒤에 개를 볼 때마다
나는 발로 차버리고 싶었어, 놈이 깽깽거리도록 찼어. 나는 평소에 닭을 죽이지도 못했거든, 네가 크면 나를 알게 돼.”
“그건 세부사항이에요.” 바오런원이 수첩 위에 몇 자 적었다.
“다원쯔(大文子)야, 너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고 게다가 담배를 버리면서 뭘 하려는 거냐?” 그는 측은지심(恻隐
之心)이 들었고, 친절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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