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9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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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외양간  안에서  외로운  늙은이  바오빙이(鲍秉义)가  돗자리  위에  앉아서  화고희(花鼓戱)를  불렀다.
                “관운장의  문  입구에  두  줄  글이  있고,  옛사람이  또  훈계하는  방법을  남겼다.  이  한  일(一)자는  전투할  때의  창  한
              자루이고,  이(二)  자는  위쪽  가로  획은  짧고  아래  가로  획은  길다.  삼(三)  자는  세우면  천(川)  자  같고,  사(四)  자는
              마치  네  담벼락  같다……”  원로  혁명가  바오옌룽은  눈도  돌리지  않고  그를  바라보면서  멍하니  들었다.
                바오옌산  집안의  첫째  젠서쯔(建设子)가  그  대신  소를  먹이려고  가지런히  작두질한  보리  짚을  구유  안에  채워  넣자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바오빙이는  어려서  극단을  따라다니며  연극을  배웠고,  노래를  팔아서  살았기  때문에  집안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
              했다.  몸이  늙자  돌아왔고,  혼자  갔다가  혼자  돌아왔다.  그가  밖에서  장가를  들었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참견이  많은  사람이  그에게  과부를  몇  번  이야기해  주었지만,  그는  여전히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Wordpress
                나중에  이상한  말이  나돌았고,  그가  극단에  있을  때,  그  이름이  팻말의  맨  앞에  걸렸던  여배우와  서로  좋아  지냈고,
              그  여자  배우가  그를  차버렸다고  했다.  또  이상한  말이  있는데,  그가  동쪽  끝  바오옌촨(鲍彦川)  집안에  대해  좀  호감     LMS
              이  있다고  했다.  바오옌촨이  죽은  지  4년이  되었고,  그의  안사람은  아이  네  명이  딸려있어  실은  재가하려고  해도  재가
                                                                                                     교
              하기  어려웠다.  한낱  모두  한  집안이요,  항렬을  말하면  바오옌촨  집안은  바오빙이를  아저씨라고  불러야  하므로  생각도          육

              감히  할  수  없는  것이다.                                                                     플
                지금,  그는  혼자이고  그에게  소를  먹이게  하고  외양간에  살게  했으니  그에게  발붙일  곳이  생겼고,  소도  보살피게  되      랫
                                                                                                     폼
              었다.
                                                                                                       |
                설령  그가  하는  그  일을  업신여긴다  해도,  그러나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그가  부르는  것을  듣기  좋아했고,  모두  그
              에게  옛것을  부르게  했다.  일단  뽑았다  하면  일사천리로  위아래  5천  년  동안의  영웅호걸을  전부  부를  수  있었다.         Wordpress
                “일(一)  자는  전투할  때의  창  한  자루이고,  한신(韩信,  ?  -기원전  196))이  병사를  이끌고  패왕(覇王,  秦汉시대에
              项羽를  부르던  칭호)을  만나러  갔다.
                패왕은  오강(乌江)으로  쫓겨  죽었고,  한신은  리라이양(厉未央)에서  죽었다.                                      LMS
                이(二)  자를  쓰면  용  두  마리  같고,  서왕모(西王母,  중국  신화에  나오는  神女의  이름)가  신통력을  발휘했다.
                화과산(花果山)에  진을  치다가  수이롄둥(水帘洞,  『서유기』에  나오는  동굴  이름)  안에서  요정을  잡았다.                  Education
                삼(三)  자를  쓰면  길  세  갈래  같고,  천스메이(陈世美,  最早出自明代小说《增像包龙图判百家公案》)는  벼슬길을  얻으
              러  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집안에  남겨둔  그의  아내는  비파를  품에  안고  다시  긴  거리로  나갔다.                                     Platform
                ……“
                추이쯔(坠子,  坠琴,  악기의  일종)가  깽깽  전주를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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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자(아명,  본명  鲍仁平)가  온  바닥을  헤집고  기어  다녔다.  작은  얼굴은  누르스름하고  머리카락  한  올도  없고,  꼬
              마  도깨비  같았다.  하지만  바로  그  웃는  표정이  아주  예뻤고,  눈이  고부라지고  작은  얼굴이  고부라지고  사람에게  다정
              하고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어른들은  보기에  그가  ‘인의’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고,  그저  엄마의  젖만  먹었다.  그의  어머니는  늙은  소  같았다――그의  아버지는  그가  무
              엇을  먹든지  먹는  대로  젖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붉은  토란을  먹었고,  나중에는  붉은  토란조차도  깨끗이
              먹을  수  없게  되었고,  붉은  토란  줄기를  섞어야  했다.
                그의  큰형  젠서쯔가  열아홉  살이  넘었을  때까지  색시를  얻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중매쟁이는  미처  문으로  들어오기
              전에  놀라서  돌아가  버렸다.  어두컴컴한  세  칸  집안이  물에  의해  부풀었고,  눈으로  보자마자  진흙  덩어리로  뭉치는  것
              을  보았다.  집안에  침대  널판  두  개,  두  침대의  솜이  어망처럼  낡았다.
                이날,  문  앞에  유랑  연예인이  구걸하러  왔고,  뾰족한  턱에  둥근  두  눈을  가진  열한두  살  먹은  어린  계집애가  있었
              다.  그의  큰누나가  라오자를  안고  문  앞에서  놀고  있었다.  그  어린  계집애가  걸음을  멈추고  莲花落子를  부르기  시작했
              다.  뱅뱅  돌며  한  바퀴  두드린  뒤에  비로소  입을  열어  불렀다.
                “저  큰  언니  참으로  좋소,  어린아이를  안고도  장난치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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