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3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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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났고 미처 문을 잠글 새도 없이 마을 쪽으로 걸어갔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몇몇 산나물을 캐는 아이들의 등에 짊어
진 풀 삼태기가 사람 키보다도 크고 작은 산 같았다. 앞까지 걸어가자 길을 비켜주며 무슨 희한한 것을 보듯이 스라이
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얼굴마다 드러나는 이렇게 좀 살피는 눈빛에 대해, 스라이는 더욱 다정해질 수 없게 되
었다. 그는 온종일 쀼루퉁한 얼굴을 남이 볼까 두려웠고, 어째서 그가 속으로 사람을 이토록 무서워하는지 몰랐다.
새하얀 큰길에서, 굽이굽이 제방을 뱅글뱅글 둘러보았지만, 큰고모는 어디에도 없었다.
제방 위로 검은 벌레 한 마리가 넘어와 새하얀 길을 따라 기어 내려왔고 갈수록 커졌다. 눈여겨보니 손수레 한 대
였다!
스라이는 허벅지를 탁하고 쳤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과연 손수레를 미는 자신의 큰고모가 보였다. 손수레 위에는
돗자리가 있고, 돗자리 아래에 광주리 한 개가 있었다. 광주리 안에는 천이 있고, 고기 두 근이 있고, 또 담배 한 갑이 Wordpress
있었다. 스라이는 눈자위가 조금 뜨거워졌다. 큰고모는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았었나?
스라이는 담배 물부리를 집고 담뱃대를 만들었고, 사람들 몰래 피웠던 것이다. LMS
그는 달려가서 큰고모의 수레 손잡이를 받아서, 성큼성큼 걸어서 큰고모를 두 장이나 멀리 떨어뜨렸다. 그의 두 다
교
리가 새하얀 큰길을 밟을 때, 가볍고 날렵하게 걸어갔다. 수레바퀴가 ‘덜컹덜컹’ 돌아갔다. 길가에 작은 벌레 한 마리가 육
‘귀뚤귀뚤’ 울었고, 수숫대가 ‘삭삭’ 자라고 있었다. 달 할머니는 무엇이든지 환하고 하얗게 비추었다. 스라이는 마음이 플
온통 맑아졌고 편안하고 즐거웠다. 그는 일이 어떻게 이렇게 좋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아름다운 랫
폼
일인가, 얼마나 큰 은덕을 받게 하는 것인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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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추이쯔의 키가 훌쩍 자랐다. 가느다란 몸집에 자기 큰언니의 보랏빛 꽃무늬 저고리를 입으면 무릎 위까지 내려
왔다. 물을 끓이고 설거지를 하고 들나물을 캐는 것도 누구보다도 훨씬 많이 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좋아했고, 그녀도 LMS
사람을 좋아했다. 하지만 젠서쯔하고는 말을 하지 않았고, 젠서쯔도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 밥상에서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때로 얼굴을 부딪치자마자 몇백 년 동안 원수진 것처럼 저 멀리서부터 눈을 감아버렸다. 바오옌 Education
산 안사람은 도리어 좋아하며 그래야 듬직하고, 듬직해서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샤오추이의 갖가지에 대해 흡족했지만
한 가지 마음에 놓이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 계집애가 너무 영리한 것이었다. 그녀는 수시로 처음 샤오추이를
만났던 광경을 떠올렸다. 또랑또랑 蓮花落子를 부르고, 그 작은 입을 열었다. “저 큰 언니 참으로 좋소, 어린아이를 안 Platform
고도 장난치지 않소……” 엉뚱해! 사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당시에 그녀가 가장 좋아한 것이다. 그녀는 젠서
쯔야말로 너무 물러 터져서 남이 방망이로 두들겨 패도 찍 소리도 내지 않을 거라고 보았다. 이 계집애가 고분고분 그
를 쫓아서 잘살까? 바오옌산 안사람은 속으로 조금도 결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때로는 그녀는 자신이 밑졌다고 느
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그녀는 필사적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밑천을 건져 올리려는 것
처럼 샤오추이쯔를 호되게 부렸다.
“추이야, 돼지 먹여라!”
“추이야, 네 오빠의 옷을 강에 가서 빨아라!”
“망할 계집애, 물동이에 바닥이 보인다.”
샤오추이는 시키는 대로 뺑뺑이를 쳤다. 그녀의 눈 속의 웃음이 날로 적어졌고, 아주 엄숙하게 변했고, 턱이 뾰족해
질수록 땋은 검은 머리 두 갈래도 좀 누르스름해졌다. 어떤 사람은 그 애가 동쪽 끝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서 소리 없
이 울고 나서 눈물을 훔치며 황급히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걸 본 사람은 절로 탄식하였지만, 모두 다
아는 것이 다른 마을의 민며느리에 비하면, 샤오추이는 그래도 구타당하지 않고 배불리 먹으니 행복한 편이라 말할 수
있다. 작은 바오씨 마을이 민며느리한테 가장 잘한다는 것은 일대 몇백 리 안에서 모두 아는 일이요, 이 마을 사람이
가장 인의하지만, 안타깝게도 찢어지게 가난했다.
샤오추이라는 들나물을 캐는 베테랑이 생겨서 원화쯔는 늦게까지 공부하고, 더는 서둘러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었
다. 그는 샤오추이의 장점을 깊이 느꼈다. 아주 다정하게 샤오추이를 쫓아다니며 ‘추이누나’라고 불렀다. 그가 한 번 부
르면 샤오추이의 얼굴이 좀 붉어졌다. 원화쯔는 문화인답게 교육을 받은 까닭에 남녀평등의 도리를 알았고, 선진적인
민주사상을 품었다. 자기 어머니가 샤오추이를 닦달하며 부르는 것을 보면, 그는 때때로 직접 몸을 일으켜 나왔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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