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9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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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주는  손이  있고,  어쨌든  그렇게  힘들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스라이에게  감격했다.  그러나  그녀는  또  어렴
              풋이,  자신이  스라이까지도  떠맡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스라이를  부리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  말투  속에는
              언제나  퉁명스러운  맛이  섞이는  것을  면하기  어려웠다.
                “스라이,  물  항아리가  바닥이  보여요!”
                스라이가  물을  길러  갔다.
                “스라이,  밥해요!”
                스라이가  밥을  지었다.
                “스라이,  솥이  넘쳐요.”
                스라이는  불을  때지  않았다.                                                                   Wordpress
                “스라이,  돼지가  달아났어요.”
                “지금  밥  먹는  중이에요!”  스라이가  대꾸했다.                                                      LMS
                “먹으면서  쫓아가면  안  돼요?”
                                                                                                     교
                그리하여  스라이가  부침  한  장을  말아  들고  달려갔고,  입으로  ‘워워’  소리를  내며  돼지를  불렀다.                  육

                스라이도  익숙해져서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시키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  그녀의  바가지  긁는  소리는  무서웠다.         플
              때로  스라이가  시킨  일을  그렇게  깔끔하게  완성하지  못하면  그녀는  한도  끝도  없이  투덜거렸다.  스라이가  비록  데릴사         랫
                                                                                                     폼
              위이기는  하지만,  필경  사내인지라  성깔도  있고,  화가  나면  무섭고,  그리하여  간혹  소동을  피운다.  그렇지만  그들이  다
                                                                                                       |
              투면  남들과  달랐다.  그들은  문의  빗장을  걸고  목소리를  낮추고  다투었고,  때려죽여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다  다투
              고  나면,  다  때리고  나면,  문을  열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었다.  밤에  두  식구는  여전히  사랑하고  해야  할   Wordpress
              일을  또  다  했다.
                스라이가  어렴풋이  좀  불만스러운  것은  이  집에서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  집은  둘째  작은어머니
              의  집이고,  무슨  일이  있으면  남들은  그를  찾지  않고  직접  둘째  작은어머니를  찾아갔다.  사실,  그를  찾아온다  해도  그     LMS
              도  둘째  작은어머니에게  물었던  것이지만,  그러나  사람들은  이  겉치레조차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둘째  작은어머니
              는?  그녀는  종종  그와  의논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예를  들면  셋째  아들이  학교에  가는  일인데,  사실  그녀가  그에게  물     Education
              어보았다면,  그도  셋째를  학교에  보냈을  것이다.  그녀의  아이는  바로  그의  아이이고,  그가  소홀히  할  수  있겠어?  그러
              나  둘째  작은어머니는  마치  그가  이  집안의  가장이  아닌  것처럼  그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는  속으로  자연  좀  거북
              스러워졌다.  속으로  부자연스러웠고,  또  잘  말하지  않고,  눌러도  억누를  수  없게  되자  다른  일에서  그  기색이  드러났       Platform
              다.
                “죽이  왜  이렇게  묽어요,  물을  끓였어요?”
                “내가  반  바가지  물을  부었으니  그냥  먹어요,  영감!”  둘째  작은어머니가  말했다.
                “온종일  일하는데,  이거  먹어서  되요?  날품팔이를  부려도  배불리  먹여야  해요!”  스라이가  솥을  내려놓으며  좀  세게
              내팽개쳐서  ‘쾅’하고  소리가  났다.
                “당신이  이  거리  저  골목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  때는  그런  걸  먹을  수  있기만  하면  그게  호사  아니었어요.”  둘째
              작은어머니가  입을  삐쭉이며  말했다.
                사람을  때려도  얼굴은  때리지  않고  빗대도  단점을  빗대지는  않는  법인데,  이  말은  스라이의  단점이자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인지라,  그는  아예  밥그릇을  내동댕이쳐버렸다.
                둘째  작은어머니도  밥그릇을  집어  던질  수  있고,  그보다  더  ‘와장창’  큰소리가  나게  집어던졌다.  물론  먼저  문을  잠
              그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번  때리고  한번  난리를  피울  때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차례차례  많아지면서  언제나  좀  무엇
              인가  앙금이  남았다.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고,  자연히  시빗거리가  되었다.  설령  크지  않았다  해도,  그러나  속에  담아두
              는  것도  혹이고,  후련하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살다  보면  후련하지  않은  일이란  원래  후련한  일보다  많은  법
              이고,  무슨  대단한  것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남만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보다도  나은  사람도  있다.  그저
              그렇고  그런  일이다.
                방송  대본이  향(乡)에서  전파를  타고  오래지  않아  다시  현(县)  방송국에서  방송했다.  스라이와  둘째  작은어머니는
              역겹다고  느꼈지만,  어쨌든  간에  좀  우쭐대는  구석이  생겼다.  그가  유명한  사람이  되었으니  난리를  쳐서는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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