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3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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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파묻어버릴지 알 수 없었고, 그녀는 남편과 함께 추수한 뒤에 양식을, 종자를 제외하고 전부 팔아 집을 짓기로 계획했
다. 그러나 양식이 없으면 무엇을 먹나? 이것이 또 걱정거리였다. 두 식구가 날마다 밤에 베개 위에서 이리저리 뒤척
이며 잠들지 못하고 닭이 홰치고 날이 밝을 때까지 뒤척이기 일쑤였다.
원화쯔는 들보를 바라보며, 그 들보 위쪽에 마치 밑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검은 커다란 구멍이 있는 것처럼 바라보
고 또 바라보았고, 원화쯔는 자신이 그 커다란 구멍 속에 빠진 것 같다고 느꼈다.
저쪽이 잠잠해졌고, 누군가 문 앞을 지나가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못생기긴 했어, 아이만 잘 낳아 키우면 돼.”
“그녀의 굵은 허리와 커다란 궁둥판을 보니 한 무더기는 낳겠어!” Wordpress
“네미, 썰렁해.”
발걸음 소리가 타박타박 흙을 치며 멀어져갔다. LMS
달이 밤하늘 복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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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작은어머니 집의 큰아들이 열여섯 살이 되었고, 어른처럼 자랐고, 거무튀튀한 얼굴에 온통 웃지를 않았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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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까지는 스라이를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부르지 않게 되었다. 스라이가 그를 부르면, 그는 씨그둥했
다. 둘째 작은어머니는 무슨 일이든지 다 아들인 그와 의논했고, 그러자니 더욱 스라이와는 의논하지 않게 되었다. 스 Wordpress
라이는 종종 울화가 치밀었고, 정말 화가 났을 때는, 그 으끄러진 황아 보따리를 찾아내 정리하였고, 작은 북을 보다가
손에 들고 가만히 흔들었다.
“둥둥, 둥둥.” LMS
황아 작은 북소리가 좀 맑게 울렸다. 스라이는 멍하니 무엇이 생각난 듯이, 마지막에는 다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
은 것 같았다. 그는 황아 작은 북을 허리에 찔러 넣고, 황아 보따리를 들고 떠났다. 둘째 작은어머니에게 인사도 하지 Education
않았고, 둘째 작은어머니는 밥을 다 짓고 스라이가 와서 밥을 먹기를 기다렸고, 기다리고 기다려도 사람이 오지 않았
고, 기다리고 기다려도 사람은 오지 않았다. 마을 앞, 마을 뒤를 두루 찾아보았고, 어떤 사람이 말했다. 스라이는 못
보았지만, 황아장수 한 사람이 큰길에서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확실히 좀 스라이 같았다. 그녀는 황급히 Platform
집으로 달려가 그 으끄러진 보따리를 찾아보았고, 찾아도 찾을 수 없자, 그녀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당신이 안 돌아올까 겁낼 줄 알아? 흥! 못난이!” 그녀는 입을 삐쭉이며 자신이 이미 한 그릇 가득 담아놓은
죽을 먹어치우고 부침을 들고 먹어버리고 솥을 닦고 자버렸다. 하룻밤 내내 그녀는 편히 잠을 자지 못하고, 바람이 불
어 풀이 흔들리면, 그녀는 귀를 쫑긋 세우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잇는지 없는지 귀를 기울였지만, 문을 두드리는 사
람은 없었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그녀는 해야 할 일을 또 했다. 셋째 날도 이렇게 지나갔다. 넷째 날이 되었다. 그녀는 좀 기
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고, 밤에 눈을 붙이지 못하고, 이불로 싸매고 침대 위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온 밤을 샜다. 날
이 밝자, 그녀는 반은 새것인 쪽빛 저고리로 갈아입고 스라이를 찾아가기로 작정했다.
“엄마, 어딜 찾아가요? 곰을 찾아요!” 큰아들이 데퉁맞게 그녀에게 말했다.
“네 아버지 찾으러 간다! 이 양심도 없는 잡종!” 그녀는 마구 욕설을 퍼부었고, 큰아들은 감히 찍 소리도 내지 못
하였다. 그녀가 또 욕을 했다. “아버지가 없었으면 너는 벌써 죽었어, 굶어 죽지 않았으면 힘들어 죽었을 거야. 그는
네 아버지야. 그가 너랑 몇 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네 아버지야. 네가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아, 네가 보기
에……” 둘째 작은어머니는 욕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좀 마음이 짠했다. 그녀는 스라이가 등골을 드러내놓고 등 위의
땀방울이 반짝거렸고, 바지춤이 흠뻑 젖은 채로 땅을 파는 모습이 떠올랐다.
스라이는 황아 보따리를 들고 큰길을 걸어갔다. 큰길은 새하얗고, 앞쪽의 제방을 뒤엎어서 볼 수 없었다. 그는 문득
어느 달밤이 생각났다. 이 길은 새하얗고, 제방 위에 갑충 한 마리가 넘어와 천천히 다가왔다. 가까이 오자 손수레였
고, 남빛과 하얀 꽃무늬 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손수레를 끌었고, 손수레 위에는 돗자리와 광주리가 있었고, 광주리 안
에는 천과 솜과 과일과 또 담배 한 갑이 있었다. 그는 가슴이 마구 뛰었고, 눈자위가 뜨거워졌다. 무엇인가 흘러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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