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4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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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심근과  전통              Search-For-Roots  and  Tradition



              것  같아서,  그는  손을  들어  쓱  문질렀다.  마을  안은  매우  고요했고,  노인과  아이만  있을  뿐이었다.  그는  자기  초가집
              앞에까지  걸어갔다.  그  초가집은  거의  전부  땅속으로  빠진  것  같이,  땅  위에는  그저  낡은  지붕만  남아있었다.  앞뒤에는
              도리어  푸른  벽돌로  지붕을  잘  올린  집들이  생겼다.
                문  위에  자물쇠가  없었고,  그냥  닫혀있었지만,  문을  밀어도  꼼짝도  하지  않았고,  다시  힘껏  밀자  문이  쓰러졌다.  집
              안은  텅  비었고,  온통  보리  짚  같은  지푸라기뿐이었다.  햇빛이  창문  구멍으로  들어와  먼지  몇  줄기를  둘둘  말았다.  집
              안에는  아궁이  한  개,  침대  두  장만  있었다.  나무  침대  한  장과  돗자리  한  장이었다.  그는  서  있었고,  머리를  들보에
              부딪칠  지경이었다.  문  입구에  꼬마  몇  명이  모여들었고,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  집에  살던  사람은?”  그가  꼬마에게  물었다.                                                    중
                                                                                                     국
                “떠났어요.”  꼬마가  대답했다.
                                                                                                     현
                “어디로?”                                                                               당
                꼬마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조금  큰아이가  말했다.  “북쪽으로  갔어요.”                                  대
                                                                                                     소
                스라이는  잠시  서  있다  걸어  나와  문을  잘  달고  자물쇠를  채운  다음  발걸음을  옮겨  떠났다.
                                                                                                     설
                햇빛이  그의  눈을  아프게  내리쬐었고,  눈을  뜰  수  없었다.  해에  눈이  부셨다.                               |

                스라이는  황아  보따리를  들고  큰길을  걸어가며,  한  무더기  한  무더기  밭을  지나갔다,  이곳에는  두  사람,  저곳에는
              세  사람이  일하고  있었다.  그는  둘째  작은어머니의  밭이  생각났다.  그는  그  땅의  해가  발을  태우고  마음을  태우듯이        Chinese
              내리쪼이며  가는  재미를  떠올렸다.  그  땅의  비릿하게  고생한  냄새가  생각났다.  그  땅은  심는  대로  수확했고,  조금도  속
              일  수  없었고,  조금도  사람을  속이지  않는  성실한  힘을  떠올렸다.  둘째  작은어머니가  땅을  팔  때,  그  낡은  저고리가  휘   Modern
              날리며  언뜻언뜻  보이던  부드럽고  튼튼한  두  젖가슴이  생각났다.  그는  느릿느릿  큰길을  걸어갔고,  황아  북을  맥없이  울
              렸다.                                                                                    and
                “둥――둥,  둥――둥.”
                마을로  들어서자  아낙네들이  나와서  색실을  골랐고,  어떤  아가씨는  단추를  골랐다……각양각색의  손이  상자  안에서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는  그런  손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울적했다.  어쨌든  그녀들이  충분히  고르고  사든지,  혹시  사지          Contermporary
              않든지  마냥  기다렸다.  그는  보따리를  수습하고  어깨에  둘러메고,  허리를  펴고,  막  걸음을  내딛으려다가  다시  멈추었
              고,  그와  십여  걸음  떨어진  곳에  한  아낙네가  서  있었고,  얼굴  위에  또  검고  또  땀투성이고  얼룩이  진  것  같았다.  손
              을  허리에  대고  원망스럽게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둘째,  둘째,”  그가  다시  말을  고쳤다.  “애,  에  엄마.”                                           Novels
                “애  엄마는  죽었어요!  그녀  남편한테  버림받아서  목매달았고,  강에  뛰어들었어요,  머리를  바오산에  부딪쳐서  죽었어
              요!”
                “어,  어떻게.”  스라이가  웃는  얼굴로  사과했다.  속으로는  그러나  뜨거운  차를  마신  것처럼  아주  편안했다.
                “그녀  남편이  처녀를  찾았어요!  뾰족구두를  신고  사자머리로  볶은  신식  계집애를  찾았어요!  층집(시골  사람은  단층
              집에  사는  데  도시  사람은  여러  층이  있는  집에  산다)에  사는  아가씨를  찾았어요!”
                “어,  어디!”  스라이가  다가가  손을  들어  둘째  작은어머니의  어깨를  툭툭  치다가,  둘째  작은어머니한테  손을  한  대
              맞았다.
                “그녀의  남편은  죽었어요,  그녀는  과부가  되었고,  그녀는  개가했고,  산  저쪽으로  시집갔어요!”
                “어,  어디.”  스라이는  툭툭  치려다가  거둔  손을  머리통  위에  놓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주렁주렁  아이  낳고,  아들도  있고  딸도  있고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고  네모난  것도  있고  둥근  것도  있고……”
         11
         장
              둘째  작은어머니  자신도  웃으며  황급히  다시  입을  막았다.
         심
         근      스라이가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
         과      “어디  가요!”  둘째  작은어머니가  소리쳤다.
                “집에  가요!”  그가  대답했다.
         전
         통      “어디가  당신  집이에요?  집을  기억이나  하긴  해요?”
                스라이는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당신  죽었어요?  꼼짝도  안  해요,  당신  들판에서  죽어서  개  먹잇감  되고  싶어요?”
                스라이는  그제야  걸음을  옮기고  그녀  뒤에서  따라갔다.  그는  속으로  바위  하나를  내려놓은  것  같았고,  자신에게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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