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8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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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심근과 전통 Search-For-Roots and Tradition
“이 아이의 팔자가 그래서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했어요.” 그의 아버지가 훌쩍거리기 시작했고, 눈물이 뚝
뚝 땅에 떨어졌다. 그는 캭캭 하고 가래침을 두 번 뱉고는 발로 좀 문지르고, 쓱쓱 다 문질러버렸다.
후 동지는 더는 말하지 않고, 한참 지난 다음에 가만히 말했다. “갑시다.”
라오런원은 그들을 데리고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로 가보았다. 후 동지가 머리를 들어 그 나뭇가지를 올려다보았고,
당시의 그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가 어떻게 저 나뭇가지 위에 엎드려있었는지 상상했다. 다시 고개를 숙이고 나무 기둥
을 보면서 라오자가 또 어떻게 이 나무 기둥을 끌어안고 죽었는지 상상했다. 후는 그 거친 나무의 몸을 더듬어보면서
더 말하지 않았다.
바오런원은 다시 그들을 데리고 큰 개울가의 라오자의 무덤으로 가보았다. 무덤 위에 푸른 풀이 좀 자랐고, 바람 속 중
국
에서 산들산들 흔들리고 있었다. 새하얀 새끼 양 한 마리가 그 연한 풀을 뜯고 있었고, 어떤 꼬맹이 하나가 큰 개울
현
안에서 발을 씻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숙하게 그들을 쳐다보았다. 당
“얘야, 이리와 봐. 너한테 물어볼 말이 있어.” 왕이 그 아이를 불렀다. 대
소
그 아이가 위로 뛰어 올라와 새끼 양을 끌고 고개를 돌려 달려갔다. 달려가면서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설
“시골 아이들은 세상을 본 적이 없어요.” 바오런원이 사과하며 말했다. |
왕이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나는 그 아이한테 바오런핑의 일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후는 줄곧 말이 없었고, 라오자의 무덤 앞에 서 있었다. Chinese
무덤 위의 풀이 파릇파릇 연하게 돋았고, 바람이 부는 대로 하늘하늘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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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빙더의 안사람이 아기를 낳았는데, 별로 고생하지 않고 낳았다. 어떤 사람이 밭에 가서 빙더를 불렀고, 그는 허 and
겁지겁 집으로 달려갔다. 문 앞에 막 이르러 미처 괭이를 내려놓기도 전에 안에서 ‘앙’ 하는 소리가 들렸다. 통통한 첫
딸이었다. Contermporary
아들이 아니었지만, 바오빙더는 섭섭하지 않았다. 딸이든 아들이든 그에게는 모두 똑같이 금처럼 귀했다. 꿈도 얼마
나 꾸었던가.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를 아기가 있다.
두 달도 못 되어, 그의 안사람이 또 아기를 가졌다. 향(乡)에서 가족계획을 실시했고, 그의 여인에게 가서 유산시키
고 불임수술을 하라고 했다. 그는 입으로 대답하면서, 이튿날 그의 안사람을 친정집으로 돌려보냈다. 일단 피하고 보 Novels
자.
그 혼자 그녀의 친정집 스리바오(十里堡)에서 걸어서 되돌아오며 생각할수록 즐겁고, 생각할수록 신이 났다. 혼자
여기까지 살아오며, 눈으로 무슨 희망이 없는 것을 보면서, 의외로 첩첩 산길이 빙빙 감돌았는데, 또 희망이 생길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는 큰 개울가까지 걸어갔고, 라오자의 무덤을 지나갔다. 바람이 봉분 위로 불자 푸른 풀이 사각
사각 소리를 냈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쭈그리고 앉았다. 그는 그 미친 여인이 생각났다. 그는 자그마한 무덤을 바
라보며, 무덤 아래 거무스름한 큰 개울물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단언하긴 어렵지만 라오자가 그녀를 잡아끌고 간 거야, 그 애는, 내가 살아갈 수 없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 나를
좀 도와주었어.”
그는 또 무덤을 좀 쳐다보았고, 무덤 위의 풀이 달빛 아래서 반짝거렸다.
“모두 이 아이가 철이 들었다고 말했지. 그렇게 어린데 어쩜 그렇게 인의했어.”
장
11
그는 큰 개울을 좀 보았고, 물이 달빛 아래서 반짝반짝 빛을 냈다.
심
근 “이 아이도 정말 이상해, 별나게 인의해. 바오 다섯째 할아버지와의 연분도 별나, 놀라운 아이야.”
과 그는 흙을 한 움큼 움켜쥐고, 봉분 위에 놓고 탁탁 두드렸다.
“착한 아이야, 너는 네 일곱째 할아버지가 낳은 너 같은 훌륭한 아들을 보살펴주렴!”
전
통 그는 흙을 야무지게 두드렸다. 다시 좀 멈추었다가 떠났다.
마을에서 펑펑 폭죽 터뜨리는 소리가 났다. 집을 짓고 마룻대를 올리겠지.
큰 개울 맞은편에 나무 그림자 아래 밭이 있었다. 어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네 집은 그렇게 많은 양식을 수확했는데, 왜 집을 짓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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