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9 - 중국현당대소설_배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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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당대소설 인문융합 큐레이터
“우리 아버지가 먼저 빚을 갚는다고 말했어! 요즘 우리 집이 대대에 진 빚이 적지 않대. 아버지는 사람으로서 신의
를 지켜야 하고,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한다고 말했어.”
“그럼 집은, 언제 지을 건데?”
“보리를 수확하면 양식을 팔아 집을 지을 거야.”
“너네 집은 왜 장사하러 가지 않아? 죽자고 곡식만 심어. 다른 것도 좀 심고 거리에 나가 팔지.”
“우리 아버지가 가장 중요한 것은 양식이라고 말했어. 양식이 있으면 아무것도 걱정 없대. 다시 말하면——”
“다시 뭘 말해?”
“우리 아버지가 우리는 본분을 지키는 사람이고 장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어.”
“장사하는 게 어떤데?” Wordpress
“그럼 남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어, 마음이 독해야 하거든.”
“거리마다 다 장사를 하는 사람인데, 거리마다 모두 다 이리가 되었게.” LMS
“나는 그런 뜻이 아니야.”
교
돌멩이 한 개를 커다란 개울에 내던졌고, 물보라가 일었다. 물결이 둥글게 둥글게 퍼져나갔다. 육
“화났어?” 플
“뭘 화가 나? 나는 집을 짓기 위해서 너를 굶길까봐 걱정하는 거야. 나는 네가 대식가인줄 알거든.” 랫
폼
“온 들판에 푸르고 누르스름한데, 무엇을 못 먹겠어? 명아주, 엄마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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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계속 먹으면 부황병 걸려. 우리 아버지는 부황병이 들어서 죽은 거야.”
“안 돼. 우리 엄마가 양식을 모두 팔아도 조금은 남겨두어야 한다고 말했어.” Wordpress
“그래야 맞아.”
바람이 나무숲에 불어왔고, 커다란 개울의 물이 살랑살랑 파문을 일으키자, 언뜻언뜻 빛났다.
“너 무엇을 생각하고 있어! 추이.” LMS
“나는 다음번에 찐빵을 갖고 와서 너한테 먹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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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런원은 후를 따라서 현의 한 초대소에서 사흘 동안 묵었다. 말이 합작이지, 사실은 바오런원은 재료를 제공하 Platform
고, 후는 붓을 들었다. 다 쓴 뒤에, 다시 바오런원에게 한번 보게 했는데, 어떤 부분들은 왜곡되고 사실과 맞지 않는
곳들이 있었다. 바오런원이 지적한 뒤에, 후는 수정했다. 이틀 동안, 바오런원은 입을 움직였을 뿐이고, 붓을 움직이지
못했으므로, 속으로 심히 불만스러웠다.
이 사흘 동안 후와의 접촉은 그러나 그의 기자에 대한 신비감을 깨뜨려버렸다. 그는 기자도 자신과 같은 사람인 줄
은 생각지 못했다. 후도 밥을 먹어야 하고 잠을 자야 했고, 코를 골면서 잤고, 코를 고는데 우레가 귀를 뚫는 것처럼
골았고, 그를 이틀 동안 곤히 잘 수 없게 심하게 골았다. 게다가 그는 후가 자신보다 서너 살 어리고, 생산대대에 참가
했었고, 그런 뒤에 독학으로 공부하여 신문사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때로 바오런원에게 술을 사주었고, 술을
많이 마시면 불평을 늘어놓았다. 자신에게 졸업장이 없어서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푸념했다. 집은 비좁고, 월급
은 적고, 보너스제도는 아직 투쟁 중이라는 등등, 등등. 바오런원은 이런 숭고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세속적인 일에 고민할 수 있는지 몰랐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번잡하고 세속적인 일로 구속받고 어떻게
인류의 영혼을 확장하는 일을 할 수 있겠어!
그가 현 소재지에서 집으로 걸어갈 때, 마음속에 실망의 느낌이 가득 찼다. 그렇지만 그가 작은 바오씨 마을에 들어
서자, 사람들의 완전히 바뀐 존경의 눈빛과 마주했을 때, 그 실망감은 다시 사라졌고, 내심이 점차 충실해졌다. 일주일
뒤에, 효성 신문의 톱 기사면에 「바오산 아래의 꼬마 영웅(鲍山下的小英雄)」이란 글이 실렸다. 그의 이름이 불쑥 활자
로 제목 아래쪽에 인쇄되었고, 후의 뒤쪽에 있었다. 그는 그 신문을 대하고, 목구멍이 튀어나올 것처럼 가슴이 심하게
뛰었다. 잠시 진정이 된 뒤에, 그는 문장을 보기 시작했고, 가슴이 점차 느슨하게 뛰었고, 점차 정상이 되었다. 문장
속에는 그가 쓴 것은 한 구절도 없었다. 그는 천천히 평온해졌고, 다시 처음부터 한번 읽었다. 이번에 그는 몇 구절의
말은 틀림없이 그의 최초의 원고에서 나온 말인 것을 발견했다. 예컨대, 죽음 앞에서, 그는 생명을 다른 사람에게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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